# 원자력안전위

- "정전유발 밸브 수리 등 점검
- 원자로 품질기준·규격 적합"

# 환경단체·주민

- "압력용기 한계점 이미 초과
- 유리처럼 쉽게 깨질 수 있어"

고리원전 1호기에 대한 '재가동 허용' 결정이 최종적으로 내려지면서 지난 2월 정전사고 이후 '즉각 폐쇄' 요구에 직면했던 이 원전은 수명이 만료되는 2017년까지 운전이 가능하게 됐다. 고리 1호기 '재가동'에 맞서 '즉각 폐쇄'의 당위성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정전사고 원인 집중 점검"

정부의 가동 정지 조치 해제는 지난 3개월간 진행된 안전점검 결과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점검 발표, 여름철 예비전력 부족 상황 등에 따른 것이다. 안전점검을 사실상 주관한 원자력안전위원회(안전위)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및 외부 전문가 등과 함께 그동안 ▷전력계통 ▷쟁점설비 ▷주요설비 ▷제도개선 등 이번 정전사건의 직접적 원인이 됐던 문제들을 중심으로 집중 점검을 벌였다.

우선 비상 디젤발전기에 대한 점검 결과가 재가동 허용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정전사고는 비상 디젤발전기가 공기공급 밸브의 결함으로 가동되지 못해 발생했다. 안전위는 사고 직후 비상 디젤발전기의 공기공급 밸브를 기술기준에 적합한 신제품으로 교체하고 이중으로 설치했기 때문에 만족한 수준에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안전위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비상 디젤발전기의 신품교체 계획도 점검한 결과 최신 규제지침과 기술기준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안전위는 '수명 한계' 지적을 받은 원자로 압력용기와 관련해서도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안전위는 이 같은 근거로 애초 2014년으로 예정돼 있던 체적비파괴검사를 올 2월로 앞당겨 초음파검사를 실시한 결과 등을 제시했다. 2008년 이후 교체된 안전등급 전 품목(45건)이 품질기준과 관련규격에 적합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격납건물과 원자로 내부구조물, 볼트결합 건전성 등 고리원전 주요설비도 안전성과 건전성을 갖춘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지난달 방한한 IAEA가 고리원전에 대한 현장 점검을 진행한 뒤 "발전소 설비 상태가 양호하다"고 발표한 것도 정부의 재가동 승인 결정에 기술적 정당성을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객관성과 공정성 없는 점검"

환경단체 등은 재가동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로 압력용기의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지난 3월 부산 해운대문화회관에서 탈핵에너지교수모임 주최로 열린 긴급토론회에서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탈핵에너지 사무국장은 고리 1호기 폐쇄 주장의 근거로 압력용기의 불안전성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그는 내부에서 핵분열이 일어나는 압력용기는 분열 과정에서 나오는 중성자선을 지속적으로 쬐게 되고 그 결과 강철 원자로도 유리처럼 약해지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고리 1호기 압력용기는 원전 설계수명이 다한 시점보다 수백 배가 넘는 중성자선을 쪼인 데다 무연성천이온도 역시 한계점에 달해 비상상황에 노심냉각장치가 가동되면 원자로가 파괴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지난달 IAEA가 고리 1호기 점검을 실시하면서 최근 문제가 됐던 정전사태와 관련한 비상 디젤발전기 등만 점검했을 뿐 압력용기를 비롯한 원전 안전성 전반에 대한 점검 내용은 누락하면서 불신이 더욱 커진 상태다.

안전위는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원자력안전기술원과는 별도로 민간 전문가 7명이 참여한 민간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고리 1호기 점검에 나섰다. 하지만 환경단체 측은 이들 구성원 자체가 잘못돼 있어 점검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최수영 사무처장은 "조사위원의 상당수가 원전에 친화적인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어 결과의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데이터 없이 기존 데이터를 재검토한 점도 한계라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