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이 고리원전민간환경감시기구 위원인 시·군의원들과 고리원전 간의 납품계약 내역을 확인하면서 본인 동의 없이 주민등록등본을 발급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시·군의원들은 개인정보보호권리 침해라고 반발하는 반면, 기장군은 공공감사법 등에서 보장하고 있는 행정행위를 한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이런 논란 속에 자칫 '감시기구 투명 운영'이란 주민들의 바람이 희석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수근 부산시의원과 김쌍우 기장군의원은 기장군을 상대로 자신들의 주민등록등본 발급을 요구하며 관할 장안읍·일광면사무소에 공문을 공개하라는 정보공개청구를 했다고 17일 밝혔다.

기장군에 따르면 군은 지난 3월 27일 일광면·장안읍에 김수근 시의원, 김쌍우 군의원, 김대군 군의원, 박흥복 군의원 등 고리원전민간환경감시기구 당연직 위원 4명의 주민등록등본 발급을 요청했다. 해당 시·군의원 본인이나 직계가족이 운영하는 업체와 고리원전 간의 입찰계약 내역을 고리원자력본부 측에 요구하면서 등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위원들과 고리원전 간 계약관계 조사는 오규석 군수가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시의원 등은 기장군이 시·군의원의 주민등록등본을 본인 동의 없이 발급한 것은 명백한 개인정보보호권리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 시의원은 "개인정보보호법에는 명확한 범죄 혐의가 있을 때만 국가기관이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며 "자녀의 주민번호까지 수집한 것은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장군은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에 어긋난 부분이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제20조에 의거해 읍·면사무소에 등본 발급을 요청했고, 고리원전에 계약 내역을 요구했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군은 또 "기장군 고리원전민간환경감시기구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와 시행규칙에 따라 군 감사계에서 감사를 할 수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법에 공공기관이 법령 등에서 정하는 소관 업무 수행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를 오 군수와 김 시의원의 '정치적 갈등'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한 주민은 "김 시의원이 차기 군수에 출마한다는 소문이 돌자, 오 군수가 이를 견제하기 위해 김 시의원 부인이 운영하는 업체와 고리원전 간의 계약 내역을 조사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런 다툼 속에 고리원전민간환경감시기구의 투명화라는 본질적 문제가 뒷전으로 밀려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주민은 "본질은 투명화를 강화하는 것인데, 다툼 때문에 본질이 희석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