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 달부터 모든 병·의원에 포괄수가제를 확대 시행하기로 하자 의료계가 '수술 거부'란 강경 카드를 들고 나와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최대 의료대란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외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안과 개원의사회 회장이 회동을 갖고 다음 달부터 포괄수가제를 시행할 경우 수술을 거부하기로 합의했다고 13일 밝혔다. 안과의사회가 지난 10일 포괄수가제 시행 시 1주일간 수술을 거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데 이어 나머지 3개 과가 수술 거부에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대한의협은 "각 의사회가 수술 거부에 합의했으며 이번 주 내에 지역별로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결의할 예정이다"며 "하지만 제왕절개 맹장수술 등 응급진료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의사회 역시 포괄수가제 반대 운동을 전개할 뜻을 내비쳤다. 부산시의사회 김경수 회장은 "수술 거부는 안과 등 4개 과에 해당되는 것이지만, 부산시의사회도 포괄수가제 전면 시행 반대에 뜻을 모았다"며 "포괄수가제 전면 시행의 부당함을 알리는 대국민 서명, 포스터 부착 등을 진행할 예정이며, 오는 30일 전국 의사회 이사진이 참석하는 '전국 지도자 대표 궐기대회'에도 동참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의료계가 갈등을 빚고 있는 포괄수가제는 전국 어느 병원에 가더라도 사전에 책정된 동일 진료비만 내도록 하는 의료비 정찰제이다. 대상은 백내장, 편도, 맹장, 탈장, 치질, 자궁수술, 제왕절개 분만 등 7개 질병군이다. 포괄수가제는 지난 1997년 시범 도입 이후 2002년부터 선택 적용하고 있으며, 전국 3282개 진료기관 중 71.5%가 시행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병원의 과다 진료 행위를 제한해 환자의 진료비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다음 달부터 포괄수가제를 병·의원 전체로 확대 시행하기로 했으며, 내년에는 종합병원 등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포괄수가제를 전면 시행할 경우 환자가 진료 선택권을 침해받고 의료의 질도 떨어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그동안 의사들이 선택형 수가제를 통해 수가 이득을 보던 것을 제한받게 돼 반발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시민들은 의료계가 시민의 건강을 담보로 파업을 벌인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부산참여연대는 "시민의 건강을 볼모로 의료계가 파업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복지부 역시 이날 긴급브리핑을 열고 "진료를 거부하는 의료기관은 의료법에 따라 형사고발과 면허정지 조치 등을 취할 것"이란 방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