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체 입찰과정 개입 의혹도
- 시민단체, 전·현직 6명 고발

시민단체가 고리원전 1발전소에서 중고부품이 반출돼 신제품으로 조립·납품됐을 의혹이 있다며 전 발전소장 등 6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시민단체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부품 국산화 개발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부실이 발생해 이 같은 불법 반출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와 탈핵울산시민행동은 4일 오전 부산 연제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모 전 고리원전 1발전소장, 한모 한수원 차장, 김모 전 고리 1발전소 부장, 이모 전 고리 1발전소 차장, 김모 고리 1발전소 차장, 황모 고리원전 협력업체 H사 대표이사 등 6명을 절도·사기 등 혐의로 울산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H사는 지난해 고리원전 간부 직원과 짜고 2발전소에서 중고 터빈밸브작동기 부품을 밀반출해 조립한 뒤 새 제품인 것처럼 납품한 사실이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터빈밸브작동기는 원자로에서 터빈으로 공급되는 증기량을 조절·차단하는 원전의 핵심 부품이다. 반핵대책위는 전 고리 1발전소 간부직원들과 H사가 고가의 신형·구형 터빈밸브작동기를 무단 반출해 이득을 취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월 터빈밸브작동기 21대(공문상으로 27대)가 H사로 반출됐는데(본지 지난달 17일 자 9면 보도) 그 이유가 석연찮다는 것이다. 최수영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터빈밸브작동기는 항온·항습 시설에 보관할 이유가 없는데 고리원전 측이 항온·항습 기능을 이유로 H사 창고에 보관했다"며 "반출시점이 H사가 고리원전과 납품계약을 체결한 직후라 반출한 터빈밸브작동기의 부품을 납품할 기계에 재사용하려 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핵대책위는 고리원전이 터빈밸브작동기의 주요부품인 실린더 11개를 2010년 4월 H사에 반출한 것도 문제 삼았다. H사는 2007년 한수원의 부품 국산화 개발업체로 선정돼 터빈밸브작동기를 3년간 수의계약으로 납품했다. 반핵대책위는 H사가 터빈밸브작동기를 스스로 만들 기술이 없어 외국산 부품을 고리원전 측에서 받아야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지난해 6월 터빈밸브작동기 12대를 입찰하는 과정에서 김 차장 등이 H사가 낙찰받을 수 있도록 개입했다는 의혹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고리원전은 "구형 터빈밸브작동기는 본부에 항온·항습 기능이 있는 창고가 좁아 H사에 잠깐 맡겼던 것일 뿐이고, 신형 터빈밸브작동기는 애프터서비스 차원에서 반출했다가 다시 들여왔다. 구형과 신형 모두 빠진 부품 없이 정상적인 상태로 반입됐다"며 "실린더는 원가 절감 차원에서 본부가 가지고 있던 예비품을 H사에 줬던 것이고 이로 인해 납품단가가 4억 원 절감됐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