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장소 흡연 단속이 첫 실시된 1일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단속요원들이 한 흡연자에게 과태료 처분 사전통지서를 발급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광안리해수욕장 흡연자
- 신원 확인후 과태료 처분
- 금연클리닉 방문 약속도

- 태종대 휴지통엔 담배꽁초
- 단속보다 시민인식 개선을

"죄송합니다. 한 번만 봐주이소. 잘 몰랐습니다."

금연 단속 첫날인 1일 오후 2시께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단속활동에 나선 수영구보건소 강병태 건강검진계장의 눈에 담배를 피우고 있던 황모(37) 씨가 포착됐다. 강 계장은 황 씨에게 다가가 "오늘부터 금연 단속이 시행된다"고 알렸다. 황 씨는 황급히 손바닥으로 담배를 가리며 "죄송합니다. 잘 몰랐습니다"는 말을 반복하다 결국 신분증을 제시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김지아 금연단속요원이 스마트폰으로 현장사진을 촬영, 금연 단속 프로그램 앱을 이용해 황 씨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를 입력하고 인쇄를 눌렀다. 그러자 스마트폰과 연동된 휴대용 무선 프린터에서 과태료 처분 사전통지서가 출력됐다. 과태료는 각 구청 세금납부용 전용계좌로 내면 된다.

금연 단속에 걸린 또 다른 시민은 "신분증을 안 가지고 왔습니다. 내일 모레 외국으로 떠납니다. 한 번만 봐주세요"라며 버텼다. 결국 그는 강 계장과 금연클리닉에 방문할 것을 약속하고 자리를 떠날 수 있었다. 지자체에 단속권한은 있지만 사법권은 없는 탓에 구청 직원들도 버티는 데는 어쩔 수 없기 때문이었다. 강 계장은 "금연조례 제정 목적이 단속보다는 금연 유도이기 때문에 단속만이 능사가 아니다"며 "금연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수영구보건소가 적발한 흡연자는 단 2명. 6개월 계도기간 동안 180여 버스정류소와 광안리해수욕장 곳곳에 금연구역 표지판과 플래카드를 설치하고, 자전거순찰대 등을 통해 금연구역 홍보를 대대적으로 벌인 덕분이었다. 해운대해수욕장에서는 한 건도 적발되지 않았다. 서구 송도해수욕장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부산 전역에서 적발된 금연 위반자는 5명에 불과했다.

금연공원으로 지정된 영도구 태종대에서는 이날 단속이 실시되지 않았지만, 곳곳에 금연구역임을 알리는 플래카드와 표지판이 설치된 탓인지 담배를 태우는 방문객은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산책로 휴지통에서 담뱃갑과 담배꽁초가 발견돼 단속 필요성을 느끼게 했다. 플래카드에 금연구역을 표시하는 그림이나 영어 표기가 없어 외국인들이 인식하기 힘든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방문객 김옥경(여·42) 씨는 "휴식을 취하러 온 공원에서 담배 연기를 마시지 않을 수 있어 좋다"며 "그래도 단속직원을 피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분명 있을 것이다. 꾸준한 계도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도구 관계자는 "다음 주부터 매주 목요일 직원 2명이 투입돼 집중 단속할 계획이며, 일자리사업을 통해 금연 계도요원도 투입할 예정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