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학으로 프로그래밍 공부
- 전문가 수준 솜씨 혀내둘러
부산 남부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팀은 최근 '셧다운제 해제 프로그램'이라고 속여 개인정보를 빼낸 용의자를 수사하던 중 깜짝 놀랐다. 용의자는 중학교 3학년 학생인데, 프로그램 제작 솜씨가 전문가 뺨 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용의자 A(14) 군은 지난 1월 초 '셧다운제 뚫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며 포털사이트의 블로그 등에 글을 올려 프로그램을 퍼뜨렸다. 자신이 이용하는 파일공유 사이트에 자동으로 접속되도록 설정해 포인트를 많이 쌓으려는 목적에서였다.
이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실행하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A 군은 프로그램 입력창에 온라인게임 '메이플 스토리'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2차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셧다운제를 해제할 수 있다고 속였다. 이런 수법으로 모두 1만여 건의 메이플스토리 계정정보를 수집했다. 심야시간에 게임을 즐기고 싶어하는 또래들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A 군은 수집한 개인정보를 주로 게임 레벨을 올리거나 포털사이트에 접속하는 데 사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또래 청소년들이 컴퓨터 소스를 복사한 뒤 붙여넣기를 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수준인데 비해 A 군은 전문가 못지않은 솜씨로 컴퓨터 소스 코드를 직접 만들었다"며 "하지만 프로그램이 셧다운제를 무력화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A 군은 '셧다운제 뚫기'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비주얼 베이직 등 어려운 컴퓨터 프로그래밍 기술을 독학으로 깨우쳤다. 프로그램을 만들다가 모르는 것이 생기면 네티즌들을 활용했다. 컴퓨터 관련 카페에 질문글을 남기면 해당 분야 컴퓨터 고수의 답변이 달렸다. A 군은 이런 방식으로 한 달 반 만에 프로그램을 만들어 인터넷에 유포시켰다. 경찰은 A 군을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남부서 사이버범죄수사팀 정성원 경장은 "A 군의 뛰어난 재능과 어린 나이, 모범생이라는 주위 사람들의 평을 참작해 불구속 입건했다"면서 "뛰어난 재능을 좋은 방향으로 썼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 셧다운제
만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 게임 제공을 제한하는 제도로, 지난해 11월 20일부터 시행됐다. 일명 신데렐라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