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부산 사하구 대동고에서 열린 '진로탐색의 날' 프로그램의 한 장면. 대동고 제공

지난 19일 부산 사하구 신평동 대동고에서는 1~2학년 재학생들의 진로 교육을 돕기 위한 '대형' 행사가 열렸다. 이 학교 진로진학부가 처음으로 시도한 '진로탐색의 날' 프로그램이었다.

이날 대동고에는 무려 16명에 달하는 대학교수들이 각 대학의 '학과'를 안내하기 위한 강사로 초청됐다. 교수들의 전공은 공학 통계학 국제무역 행정학 법학 등 다채로웠다. 동시에 각 분야에서 활약 중인 이 학교 졸업생 12명이 '직업강사'로 모교에 왔다. 졸업생들 직업은 기업인, 연구자, 경찰, 영업인 등 폭넓었다.

학과강사와 직업강사들은 여러 교실을 번갈아 다니며 각 학과와 직업의 세계에 대해 생생한 정보와 체험담을 들려줬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관통한 중요한 기준이 있었다. 먼저, 대학교수들로 구성된 학과강사들의 경우 자신이 몸담고 있는 개별 학과에 대한 정보만 전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부경대 고성위(기계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기계공학은 어떤 학문이며 ▷기계공학과뿐 아니라 이와 비슷하거나 연관성이 높은 학과들은 어떤 것이 있으며 ▷이들 학과에 진학하려면 어떤 점이 중요한지 등을 '폭넓게' 설명했다. 직업강사들 또한 전공과 직업 사이의 관계와 관련 직업군을 넓게 알려주는 데 초점을 맞추도록 했다.

한 대학교가 주최한다해도 성사시키기 쉽지 않을 대형행사를 고교가 기획한 이유는 뭘까. 이 학교 진로진학부장 김재원 교사(부산진학지원단 기획팀장)는 "여러 대학에서 오픈캠퍼스 등 형식으로 진로진학 프로그램을 많이 시행하지만, 현장에서는 한계를 많이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의 오픈캠퍼스 행사 때 차려지는 학과별 부스를 찾아가면 그 학과에 대한 정보밖에 들을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단점"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고교생이 갖고 있는 대학 학과 정보는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 학생들은 기계 컴퓨터 법학 등 널리 알려진 영역을 빼면 재료공학과란 학과가 있는지, 경영학과와 경영정보과의 차이가 뭔지도 모른 채 지원서를 쓰게 된다"는 것이다.

이 단점을 극복하려면 종합적 안내와 정보가 꼭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시도한 것이 바로 이 행사다. 김 부장교사는 "이런 성격의 행사는 지역 교육현장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종합적 모형'이 향후 진로진학교육의 새 방식으로 채택될지 관심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