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에서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만큼의 방사능이 누출되면 장기적으로 최대 약 9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최대 628조 원의 경제적 피해가 초래된다는 모의실험 결과가 나왔다.
반핵부산시민연대와 환경운동연합, 조경태 국회의원과 김제남 국회의원 당선자는 21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동 YWCA 2층 강당에서 '고리·영광 원전 사고피해 모의실험 결과'를 발표한다고 20일 밝혔다.
모의실험 결과 고리 1호기에서 체르노빌 원전 때와 같은 양의 방사능 물질이 방출되고 부산시민들이 피난을 가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급성사망자가 4만7580명에 이르고 장기적으로 암에 걸려 사망하는 인원이 최대 85만 명으로 예측됐다. 고리원전과 가까운 기장군 일광면·기장읍 주민 대다수가 급사할 위험이 있다.
부산시민 전체가 피난을 간다면 인명피해는 줄어들지만, 경제적 피해가 피난비용까지 포함해 최대 628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이 든 보험금은 500억 원에 불과해 보험금만으로는 피해를 복구하기 힘든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결과는 박승준 일본 관서학원대학 종합정책학부 준교수와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국장이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진행한 모의실험에서 도출됐다.
우리나라에서 원전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발생할 경제적 피해규모를 추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들은 모의실험 결과 발표자료에서 "고리원전에서 방사능 물질이 방출될 위험에 대비해 보다 신속한 피난이 가능하도록 방재 대책을 마련하고 원전 인근 지역의 거주를 제한해야 한다"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시와 같은 양의 방사능이 방출될 경우 기장군민만 피난시키는 게 비용은 적게 들겠지만, 장기적으로 암에 걸려 사망하는 인원까지 고려할 경우 부산시민까지 피난시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양이원영 국장은 "1000만 분의 1 확률이라던 일본 원전의 노심 용융이 세 개 원전에서 동시에 일어나 일본 국토의 70%가 세슘137에 오염됐다. 향후 암·백혈병·유전질환과 제염비용, 농산물 피해액, 피난민 보상에 100조 엔 이상 들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 원전의 보험금은 1200억 엔에 불과하다"며 "우리가 얼마나 값비싼 원자력 전기를 쓰고 있는 지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