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업체, 원전 간부와 짜고
- 중고 빼내 재납품 비리 전력
- 원전, 검찰수사 의식해 회수
- "창고 부족 탓" 석연찮은 해명

고리원자력발전소가 폐기 대상 중고 터빈밸브작동기를 석연치 않은 이유로 납품업체에 반출한 일이 뒤늦게 드러났다. 해당 업체는 고리원전 간부와 짜고 중고부품을 빼돌려 조립한 뒤 새 제품인 것처럼 다시 납품한 전력이 있어 의혹을 사고 있다.

16일 고리원전은 지난해 1월 말께 1발전소(고리 1·2호기 담당)가 구형 터빈밸브작동기 27대를 H사에 보관해달라고 공문으로 요청했다고 밝혔다. 27대의 구형 터빈밸브작동기는 고리 1·2호기의 터빈밸브작동기를 신형으로 교체하면서 나온 폐기 대상 물품이었다.

그런데 고리원전이 자체 자재창고에 폐기대상 물품을 보관하지 않고, 굳이 H사에 보관해달라고 요청한 배경에 대해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H사는 2008년부터 3차례에 걸쳐 고리원전 간부와 짜고 녹슬어 방치돼 있던 터빈밸브작동기 등의 주요 부품을 무단반출, 세척·도색·조립해 마치 신품인 것처럼 고리원전에 납품한 사실이 지난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난 업체여서 의구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에 대해 고리원전 관계자는 "당시 항온·항습장비가 갖춰진 자재창고 공간이 부족했다. 기계를 폐기하려면 일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당시 그 절차를 거치기까지 시간이 걸려 어쩔 수 없이 협력업체 창고에 잠시 보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검찰이 중고부품 무단 반출 사건을 수사하자 슬그머니 H사에 맡긴 터빈밸브작동기를 회수한 것은 '뭔가 걸리는 것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점을 낳고 있다. 고리원전은 보관을 맡긴 터빈밸브작동기 21대를 지난해 11월 회수해 현재 신고리원전 자재창고에 보관하고 있다. 나머지 6대의 행방에 대해서 고리원전은 "27대를 맡긴다고 공문을 보냈지만, 실제로 맡긴 것은 21대이다. 공문에는 향후 보관 의뢰할 6대까지 함께 기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부(재판장 최석문 부장판사)는 중고부품을 무단 반출해 고리원전 2발전소에 납품한 혐의(사기)로 구속기소된 H사 대표 황모(54) 씨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이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고리원전 2발전소 신모(45) 과장으로부터 2000만 원을 받고 H사가 미완성 상태에서 납품한 터빈밸브작동기를 발전소 예비품으로 조립한 혐의로 기소된 한전KPS 직원 권모(52) 씨에 대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다른 고리원전 협력업체 H사 대표 신모(56) 씨는 2009년 고리원전 2발전소 기계팀장 김모 씨에게 계약 체결에 대한 감사 표시로 500만 원의 뇌물을 준 혐의(배임증재)와 정상적인 입찰을 방해한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