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아반떼 룸에서 열린 올해 임금협상을 위한 노사 상견례에서 윤갑한 대표이사 부사장(울산공장장·사진 오른쪽)과 문용문 노조위원장(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 노조 '끝장협상' 강한 의지

- 기본급 인상 등 30여건 제시
- 단협성 특별요구안만 10여건
- 이 중 3대핵심안건 관철 압박
- 사측에 무조건적인 수용 요구

# 사측 '신의성실' 원칙 강조

- "수용 가능 사항만 협의" 반박
- 타임오프제 회복·해고자 복직
- "법적인 문제 … 협상내용 아냐"
- 정년연장안은 내년 협의 일축

현대자동차 노사의 올해 임금협상이 출발부터 난항 조짐을 보이고 있다. 4년 연속 무분규 신화 달성 목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는 단체협상이 없는 해다. 하지만 노조가 타임오프제(근로시간 면제제도) 철폐,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화 등 사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사안을 특별요구안으로 제시한 상태여서 협상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쟁점은 임협보다 특별요구안

현대차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지난달 임금협상 요구안을 회사 측에 발송했다.

내용은 올해 임금을 기본급 대비 8.4%인 15만1696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해 달라는 것이다. 기본급 8.4% 인상은 금속노조의 임금요구안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다. 노조는 또 순이익의 30%(우리사주 포함)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 등 30여 건에 달하는 요구안을 제시했다.

일단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는 노조 요구를 사측이 들어주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더 수용하기 어려운 것은 10여 건에 이르는 단체협상 성격의 특별요구안들이다. 이 가운데서도 3대 핵심요구안까지 만들어 노조는 사측에 조건 없는 수용을 요구하고 있다.

3대 핵심요구안은 ▷사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주간 연속 2교대제 실시와 월급제 도입 ▷재벌의 사회적 책임 수행 등이다.

또 3대 핵심요구안은 아니지만 이에 준하는 특별요구안도 사측으로서는 부담이다. 타임오프제 철회, 정년 만 60세(현재 58세) 연장, 해고자 원직 복직 등이 있다.

노조 문용문 위원장은 지난 8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3대 핵심요구안이 관철되지 않으면 타결시점에 연연하지 않겠다. 한마디로 끝장 협상을 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나타내 올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감케 했다.

■사측 '신의성실의 원칙' 지키겠다.

노조의 요구에 대해 사측은 한마디로 "들어줄 수 있는 것만 들어주겠다"며 완강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 사측은 지난 11일 노조 측의 요구안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예년의 임금협상에 비춰 회사가 노조 요구안에 대해 하나하나 문제점을 짚어 반박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올해 협상에 사측이 어떻게 임할 것인지를 암시하는 대목이다.

사측은 우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에 대해 "임금협상과 분리, 특별협의체를 통해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 주간 연속2교대제(주간 8시간 + 야간 8시간)에 대해서는 기존 논의체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8년 노사가 주간 8시간+야간 9시간 근무 체제로 합의했고, 당시 노조가 총회를 통해 추인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타임오프제 원상회복 요구와 노조의 해고자 복직 요구안은 법적 문제로 노사 간 협상대상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와 함께 정년연장 요구는 내년에 있을 단체협상에서 논의할 내용이라고 못 박았다.

회사 측 백승권 홍보팀장은 "노조의 요구안 가운데 노사 간 협상을 통해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법적 제도적 문제들이 많아 협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역 노동계 관계자는 "올해 현대차 협상은 사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안에 대해 노조를 얼마나 빨리 이해시키느냐가 관건"이라며 "협상이 장기화되고 파업으로 이어지면 사회에 미치는 마이너스 효과가 큰 만큼 원만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노사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