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본 등으로 폐쇄 구간 표시
- 환경단체·등산객 반발 사

지리산권 자치단체들이 지리산 케이블카 유치를 위해 기존 탐방로(등산로) 폐쇄까지 추진 중인 것으로 밝혀져 환경단체와 등산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자치단체의 이런 움직임은 '기존 탐방로 구간에는 케이블카 노선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환경부 기준을 의식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경남 산청·함양군 등 해당 자치단체들이 환경부의 케이블카 시범사업지역 선정(다음 달)을 위한 현장조사에 맞춰 상부 정류장 예정지 구간을 붉은 리본과 천으로 표시한 것에서 확인됐다.

1일 본지 취재팀의 확인 결과, 함양군은 지리산 백무동~장터목 탐방로에 케이블카 지주를 세우고 망바위 아래에 상부 정류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그 표시로 망바위 아래에 빨간 리본이 부착돼 있다. 군은 이 구간의 케이블카 설치와 탐방로 폐쇄에 동의하는 지역 주민들의 서명을 받았다. 군은 또 백무동~망바위 3.4㎞ 구간에 6개의 지주를 설치해 왕복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전북 남원시는 반야봉~묘향대 구간 탐방로에 케이블카를 설치키로 하고 중봉 하단(상부 정류장 예정지)에 대형 빨간 천을 부착해놨다. 이 구간은 우리나라 특산종인 구상나무가 서식하는 곳인데, 시는 구상나무를 베어내 상부 정류장과 덱, 전망대 등을 조성할 방침이다. 환경단체들은 "이 구간은 지리산 국립공원에서 생태계가 뛰어난 곳"이라며 남원시의 계획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전남 구례군이 추진 중인 케이블카 상부 정류장은 노고단 KBS 송전탑 아래 쪽이며, 구례 온천지구~KBS 송전탑 아래 4.3㎞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는 것이다. 군은 이를 위해 노고단 대피소에서 노고단으로 우회하는 탐방로를 폐쇄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산청군은 중산 관광지~장터목 대피소 아래 5.2㎞ 구간에 케이블카를 놓는다는 방안이다. 이 구간 역시 지리산 중산리와 장터목을 연결하는 탐방로여서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폐쇄 위기에 몰려 있다.

자치단체들은 등산객들의 자주 찾는 기존 탐방로 외 다른 노선에 케이블카를 설치할 경우 사업성과 접근성 등이 떨어지는 점을 의식해 이같이 추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윤주옥 사무국장과 등산객들은 "국립공원인 지리산은 해당 지역 주민들만의 산이 아니다. 자연을 훼손하는 케이블카 설치를 위해 탐방로를 폐쇄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성토했다. 한편, 환경부는 다음 달 지리산 케이블카 시범사업지역 선정을 앞두고 해당 지자체의 신청서류 심사와 현장조사에 나서는 등 막바지 작업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