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근 부산시의원이 기장군의원에 당선된 후 고리원자력발전소 민간환경감시기구(이하 민간감시기구) 위원으로 활동하면서부터 김 의원 부인이 운영하는 업체와 고리원전과의 납품계약 체결건수 및 액수가 위원직을 맡기 전에 비해 폭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민간감시기구 위원직이 주민 안전을 위해 원전이 제대로 가동되는지 여부를 감시하는 본래 목적을 수행하는 데 충실하지 않고 위원 개인과 원전의 이익에 치우친 자리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강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일 한국수력원자력 전자상거래시스템(K-pro)에 공시된 2002년 1월 1일~2006년 6월 30일 고리원전본부 낙찰공고를 분석한 결과, 김 의원 부인이 대표로 있는 H상사는 이 기간 고리원전과 단 1건의 입찰계약만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5월 8일 체결한 플렉서블 메탈호스(공기구동용 밸브에 공기를 주입하는 관)를 납품하는 4140만 원 상당의 계약이었다. K-pro는 2002년에 도입된 탓에 그 이후의 낙찰 기록만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H상사는 김 의원이 기장군의원으로 당선돼 민간감시기구 당연직 위원으로 선임된 2006년 7월부터 고리원전과 거액의 납품계약을 체결하기 시작했다. 군의원으로 재직했던 2010년 6월 30일까지 수의계약을 포함해 총 76건, 20억 원 상당의 납품계약을 고리원전으로부터 따냈다. 김 의원이 시의원에 당선돼 민간감시기구 당연직 위원으로 거듭 선임된 2010년 7월 1일부터 지난달 25일까지는 계약건수와 계약액이 더 늘어나 총 103건, 30억 원에 달했다(본지 1일 자 8면 보도).

민간감시기구의 한 위원은 이에 대해 "원전 측이 반대편을 자기 쪽으로 만들기 위해 계약을 몰아주고, 납품업체와 관련있는 위원이 원전에 압력을 넣어 계약을 딴다는 소문이 무성하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지난달 30일 열린 민간감시기구 임시회의에서 고리원전 측 위원에 대해 "원전 회계질서를 투명하게 해 이런 일(민간감시기구 위원 관련업체와 고리원전 간 납품거래)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는 경고성 발언이 나오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의원은 "(아내가 대표로 있는 회사의) 고리원전에 대한 납품계약이 왜 증가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전자입찰을 통해 낙찰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고, 민간감시기구 위원으로서 압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고리원전 측도  "전자입찰이라 외부 입김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