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속·영장청구 등 벌써 8명
- 사법처리 대상자 더 늘수도

- 원전 대한 안전 불신 증폭
- 국가 차원 재검토 주장나와

지난해 말 부산지검 동부지청의 수사로 드러나기 시작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직원들의 뇌물수수 비리가 점입가경이다. 가뜩이나 노후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원전 직원들이 납품업체로부터 관행적으로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특히 이 같은 검은 커넥션에 의해 납품된 부품이 원전에 사용돼 국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문 납품비리

현재 울산지검이 구속하거나 영장을 청구한 사람은 원전 직원 4명과 브로커 1명, 납품업체 간부 등 모두 6명이다. 이들 중 월성원전 제어계측팀장 정모(49) 씨, 고리원전 계통기술팀장 허모(55) 씨 및 제1발전소 차장 문모(58) 씨, 영광원전 제3발전소 기계팀 과장 이모(44) 씨, 브로커 윤모(56) 씨 등 5명은 구속됐고, 납품업체 간부 서모(58) 씨는 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이에 앞서 부산 동부지청은 지난해 11월 고리원전 제2발전소 기계팀장 김모(48) 씨 등 2명을 구속했다. 이들 외 현재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인물들까지 합하면 사법처리 대상자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 모를 정도다.

■전방위 로비, 다양한 수법

구속된 원전 직원들의 소속과 직급에서 알 수 있듯이 업체들의 로비는 그야말로 전방위로 이뤄졌다. 비리 형태와 수법도 다양했다. 부품을 빼돌려 불법 복제를 도와주고, 심지어 납품까지 알선했다. 또 중고품을 새 부품인 것처럼 속여 다시 납품하기도 했다.

허 씨의 경우 2009년 12월 프랑스 A사에서 수입한 밀봉 유닛을 국내 M사에 몰래 넘겨줬다. M사는 이를 토대로 카피 부품을 만든 뒤 허 씨를 통해 고리원전과 영광원전에 납품했다. 김모 팀장 등은 녹슨 터빈 밸브작동기의 중고 부품을 납품업체로 빼돌렸다. 업체는 이를 세척과 도색을 통해 새 제품처럼 속여 재납품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뇌물 액수도 클 수밖에 없었다.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구린 돈이 관례처럼 오갔다. 정모 씨는 구속수사 과정에서 무려 10억 원이 든 차명계좌가 발견됐다. 원전업계에서 거물 로비스트로 알려진 브로커까지 개입됐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원전 직원과 납품업체 사이에 관행화, 보편화된 뇌물비리의 '종합백화점'으로 보는 이유다.

■커지는 안전성 논란

이처럼 납품 편의를 넘어 불법 복제 제품과 중고품까지 재사용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원전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과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이 같은 부품들이 고리원전 3, 4호기는 물론이고 월성·영광원전에까지 공급됐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국가 원전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수원은 이 가운데 밀봉 유닛 건에 대해서만 검찰 수사를 반박하며 원전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의 부품은 M사가 2010년 3월 자체 개발한 뒤 한수원에 국산화 과제로 제안해 '개발 선정품'으로 지정됐고, 특허청 특허인증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원전 납품비리 관련 구속 현황(울산지검) 이름 직책 혐의내용 구속시기 서모 씨 납품업자 8000만 원 뇌물 제공 4월 27일(영장 청구) 문모 씨 고리원전 차장 납품 편의 2000만 원 수수 4월 24일 정모 씨 월성원전 부장 납품 대가  1억 원 수수 4월 24일 허모 씨 고리원전 부장 원전 매뉴얼 유출   1억 원 수수 4월 22일 윤모 씨 브로커 납품 알선 대가 5억 원 수수 4월 13일 이모 씨 영광원전 과장 납품 대가 2000만 원 수수 4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