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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송현의 이슈 인물 <7> 강신준 동아대학교 경제학 교수

경제적 민주화에 목마른 지금, '자본론'을 읽어야할 때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2012-04-15 20:37:31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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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7년 불온 족쇄 '자본론', 국내 첫 번역본 가명 출간
- 20여년간 '자본론 전도사'로

- 마르크스의 '자본론'엔 경제위기·공황의 반복
- 비정규직·양극화 등 자본주의 불완전성 해법
- 협력·상생의 원리 담겨

- 국내 첫 마르크스 연구소, 다음 달 초 개소 앞둬
- 獨전집, 한국어판으로 내 체계적인 사회 공유 앞장

국내 처음으로 마르크스-엥겔스 연구소가 설립된다. 20여년간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 번역에 매달린 '자본론 전도사' 동아대 강신준(경제학과) 교수의 주도로 다음 달 초 문을 열 계획이다. '역사의 종언'이 회자된 지도 20년이 더 지난 이 시대에 왜 자본론이며 마르크스인가라는 의문을 갖고 지난 12일 동아대 부민캠퍼스에서 강 교수를 만났다.

   
강신준 교수가 지난 12일 동아대 부민캠퍼스 연구실에서 마르크스의 '자본'은 '민주주의의 참된 완성을 향한 길'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동아대 마르크스-엥겔스 연구소가 무슨 일을 할 건지 궁금합니다.

▶간단히 얘기하면 마르크스-엥겔스(이하 마르크스)의 전집을 번역해 출판하고, 마르크스 연구의 과학적 체계를 수립하는 겁니다.

-강 교수께서 지난 2010년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번역해 완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국내에 마르크스의 자본론 번역서는 20여 종이 있으나 진본(마르크스의 수필 원고)을 텍스트로 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제가 번역한 자본론은 이른바 메프(MEW)본으로 스탈린 시대의 독일어본입니다.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이 정치적 목적으로 마르크스의 원고를 모아 출판했기 때문에 스탈린의 자의적 해석이 가미돼 있다고 봐야죠.

-정본이 따로 있다는 것이군요?

▶마르크스의 수필 원고는 방대한 데다 독일과 네덜란드 일본 등 전 세계에 흩어져 있습니다. 현재 독일 정부가 이들 원고를 모아 일일이 검증을 거쳐 '마르크스 전집'을 간행 중입니다. 이것이 메가(MEGA)본으로 불리는 마르크스 전집의 정본입니다. 독일은 2020년까지 114권을 완간할 예정인데, 현재 59권까지 나왔습니다. 우리 연구소는 이 정본을 한국어로 번역하겠다는 것입니다. 내년 초에 제1권을 출간할 계획입니다. 마르크스는 자본론 외에도 프랑스 혁명사, 경제학·철학 초고, 정치경제학 비판 등을 썼습니다. 그러나 마르크스의 주저는 아무래도 자본론이죠.

-이 시대에 왜 19세기의 마르크스이고 자본론입니까?

▶2009년 연구년을 맞아 독일 프라이에 베를린 대학교에 객원교수로 근무했는데, 그곳에서는 마르크스 연구로 난리였습니다. 마치 마르크스가 부활한 것 같았어요. 대학에선 마르크스 강좌 수강생이 폭증하고, 출판계도 자본론을 추가 인쇄하느라 즐거운 비명을 내지르고 있더군요. 사실 우리나라만 조용했지 독일과 유럽은 물론 중국과 일본에서도 마르크스 르네상스가 일어났어요.

-2009년이면 세계 금융위기(공황) 직후인데….

▶그렇습니다. 마르크스를 부활하게 한 것은 공황이었습니다. 공황을 이론적으로 해명하는 것은 마르크스의 자본론뿐입니다. 현재 주류 경제학에선 공황의 해법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해요.

-1929년 대공황은 케인즈 방식으로 처방해 극복되지 않았습니까?

▶그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또다시 세계적인 공황이 생겼다는 사실은 케이즈이론을 비롯한 주류 경제학의 한계를 말해주는 것이에요.

-주류 경제학의 구조적 한계라면?

▶생산과 소비가 일치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는데, 과잉 생산된 상품을 소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황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주류 경제학에서는 생산 부문을 취급하지 않아요. 대신 시장을 중요하게 취급하죠.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생산과 소비를 조절해준다는 게 주류 경제학의 출발입니다. 과잉 생산은 소비를 진작시켜 해결하면 된다는 게 케인즈 방식인데 이것도 먹히지 않는다는 게 이번 공황에서 여실히 드러났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공황을 막기 위해선 생산을 조절해야 하고,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이를 체계적으로 설명했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1847년 대공황, 1929년 대공황, 2008년 대공황을 구조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마르크스 자본론(3권)뿐입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생산을 늘리는 것을 억제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요?

▶그 부분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겠지요. 마르크스는 '생산 수단에 대한 공동의 통제'란 표현을 썼습니다. 이 말은 기업주가 생산을 늘리거나 줄이고자 할 때 '독단'이 아닌 '공동'의 의사를 반영해야 한다, 생산의 결정과정이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통제'란 표현은 국유화란 뜻도 아니고,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마르크스는 이런 용어를 쓰지 않았다)와도 관련이 없어요.

-최근에 공황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생산과정에 민주적 절차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이런 구조가 유지되면 언제든지 공황이 재발할 수 있다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의 의사결정은 대부분 기업주 1인에 의해 이뤄집니다. 이른바 황제경영제도죠. 이에 비해 독일과 스웨덴은 공동결정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대표 등이 참여하는 감독이사회가 공익에 해가 된다고 판단되면 오너의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합니다. 생산결정에 민주적 절차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것이죠. 이번 공황 때 미국에 비해 독일은 거의 피해를 보지 않은 것도 이런 기업문화가 정착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생산과정의 민주화가 확대돼야 합니다.

-지난해 터진 '월가 점령 시위'는 양극화 문제 등 자본주의의 불완전성을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사건인데, 이에 대한 마르크스의 해법은 무엇인가요?
▶마르크스는 양극화의 원인을 분배의 문제가 아니라 생산에서 결정된다고 봅니다. 마르크스는 '각자의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소비하는 사회'를 말했습니다. 같은 능력으로 똑 같은 일을 하면 꼭 같은 임금을 지급하고, 사회안전망(간접임금)을 통해 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1997년 270만 명(학계 통계)이던 비정규직이 2007년 570만 명으로 확대됐습니다. 양극화는 생산의 주체 즉 노동문제와 직결됩니다.

-자본론에서 얘기하는 마르크스의 핵심 메세지는 무엇입니까?

▶민주주의의 참된 완성입니다. 이는 정치적 민주화와 동시에 경제적 민주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프랑스 대혁명은 정치적 민주화는 이뤘으나 경제적 민주화를 달성하지 못한 미완의 혁명이라는 게 마르크스의 판단이었어요. 자본론은 경제적 민주화를 통해 민주주의의 참된 완성을 향한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987년 국내 첫 번역본 자본론 1권(이론과 실천)을 '김영민'이란 가명으로 출간했는데, 불이익은 없었나요?

▶전혀 없었어요. 친구이자 출판사 대표인 김태경(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남편) 씨가 (운동권 학생들이 번역한) 원고 뭉치를 건네주길래 제가 보완하고 감수했죠. 김 대표는 한동안 도망다니는 신세가 됐는데, 결국 검사가 기소를 포기했어요. 기소를 하려면 자본론이 이적표현물이라는 걸 입증해야 하는데, 검사가 아무리 읽어봐도 이적성을 찾을 수 없었던가봐요. 무슨 내용인지 몰랐겠죠(하하). 자본론은 그렇게 해서 족쇄가 풀린 겁니다.

-우리사회는 금융위기를 겪고도 자본론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은 것 같은데, 레드컴플렉스 때문일까요?

▶자본론이 완간된 다음 해인 1991년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가 몰락한 것이 큰 원인이라고 봅니다. 학자들까지도 마르크스 경제학은 폐기됐다며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언'에 환호했죠. 그 바람에 우리사회는 자본론을 진지하게 읽을 시간을 갖지 못했어요. 그러는 동안 우리는 승자독식·적대적 경쟁체제가 공고화해 양극화가 치유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이를 극복할 대안 모색에는 소홀한 게 사실입니다. 이제는 우리의 자본주의에 협력과 상생의 원리를 수혈하는 지혜가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지금부터 자본론을 더 많이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제가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자본론 특강을 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어려워서 끝까지 참여하는 숫자는 얼마되지 않습니다만, 반응은 뜨겁습니다. 레드컴플렉스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됐다는 소감을 밝히는 사람도 많아요. 연구소를 설립한 취지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자본론을 비롯한 마르크스 사상을 연구하고 이를 사회와 공유하는 데 있습니다.

   
인터뷰 중 마르크스 어머니가 자본론 저술에 매달리는 아들을 보고 '자본론을 쓰기보다 자본을 모았으면 좋겠구나'하고 푸념했다는 에피소드가 떠올라 물었다. "20여년 동안 20여권의 자본론 번역서를 출간하셨는데 '자본'은 좀 모으셨나요?"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그 '자본'과는 인연이 없나봐요. 1994년 출간한 '자본의 이해'(이론과 실천)가 4만부 넘게 팔렸는데, 인세를 한푼도 받지 못했어요. 김태경 그 친구가 경영능력이 꽝이라 출판사가 망해버렸거든요." 편집부국장


● 약 력

▶1954년 경남 진해 출생 ▶1981년 고려대 독문학과 졸업 ▶1984년 고려대 경제학 석사 ▶1991년 고려대 경제학 박사 ▶1991년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1998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교 객원교수 ▶2009년 독일 프라이에 베를린 대학교 객원교수 ▶2006년 현대자동차 노사전문위원회 전문위원 ▶현재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자문위원, 한국산업노동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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