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해 커지자 대책마련 뒷북

부산시가 자랑하는 '해상 교량'이 돌풍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이에 대한 매뉴얼이 전혀 없어 안전대책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부산기상청이 강풍에 따른 피해를 예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가 제때 대처하지 않아 시민들의 피해가 컸다.  

4일 부산시와 부산시설관리공단에 따르면 광안대교 풍속에 따른 교통통제 매뉴얼상 평균풍속이 초속 10m 이상 15m 미만이면 7개 전광판에 '강풍 주의' 경고 문구를 띄우고 교량 요금 안내소에서 운전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한다. 또 평균풍속 초속 15m 이상 25m 미만이면 '차량 속도 50% 감속'을 권고하고, 초속 25m 이상일 땐 차량 통행을 제한한다. 광안대교에는 79개 풍속계가 설치되어 있어 실시간 풍속을 감지해 종합통제실로 자료를 제공한다.

하지만 광안대교 풍속에 따른 교통통제 매뉴얼 기준은 평균풍속에만 국한되어 있어 돌풍 같은 기상이변에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 실제 지난 3일 부산에 순간풍속이 초속 23.7m까지 감지되는 등 돌풍이 몰아치자 광안대교를 지나던 트레일러에서 컨테이너 박스가 떨어지고, 또 다른 트레일러가 뒤집히는 사고 2건이 발생해 4명이 부상을 입고 일대 교통이 마비됐다(본지 4일 자 1면 보도). 경찰에 따르면 이날 트레일러 운전자가 빈 컨테이너에 안전핀을 장착하지 않는 부주의를 저지르긴 했지만 갑작스러운 돌풍에 대비하지 못해 커브길을 돌던 차량이 쉽게 뒤집혔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기상청 송태준 예보관은 "최근처럼 기상이변이 많은 시점에서는 돌발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재난대응 매뉴얼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광안대교를 관리하는 부산시설공단은 광안대교는 물론 거가대교 등 부산권 해상 교량 어디에도 돌풍에 대비한 매뉴얼을 전혀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태풍급 바람이 몰아치지 않는 이상 전광판에 안전운전 당부 문구를 띄우거나 안내방송을 하는 데 그치고 있어 운전자들에게 위험상황을 제대로 인지시켜주지 못하는 것이다. 

한편, 부산시는 지난 2일 부산기상청이 강풍경보에 따른 피해를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3일 오후에서야 재난대응대책반을 꾸리는 등 늑장 대응해 이 같은 상황을 몰랐던 시민들이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부산시 이윤형 재난안전담당관은 "부산시설공단에서 돌풍으로 인한 해상교량 교통 통제 기준을 강화하는 것과 빈 컨테이너를 실은 트레일러의 통행을 제한하는 방법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강풍으로 인한 재난 예방 대책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