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1호기 전원 상실 사고 은폐로 비난을 사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가 주민과 반핵단체의 집회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정문 앞 집회신고를 선점해 논란이 되고 있다.

부산 기장군 장안읍 주민자치위원회는 고리원자력본부 정문 앞에 집회신고를 한 단체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기장경찰서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다고 21일 밝혔다. 장안읍 주민자치위원회 관계자는 "고리원자력본부 앞에서 이번 고리 1호기 사고 은폐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려고 지난 19일 기장경찰서에 집회신고를 하러 갔지만 다음 달 14일까지 집회신고가 돼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기장서에 따르면 오는 14일까지 고리원자력본부 정문 앞에 집회신고를 낸 단체는 고리원자력본부이다. 본부 쪽이 '2012 산업안전 및 보건캠페인 결의대회' 명목으로 집회신고를 냈다.

문제는 고리원자력본부가 거의 1년 내내 정문 앞 집회를 선점해 시민단체나 주민들의 집회를 원천봉쇄해왔다는 점이다. 시민단체나 주민들에 의하면 실제로 캠페인을 벌이는 날은 거의 없다.

고리 1호기 전원 상실 사고가 드러난 직후인 지난 14일에도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가 고리원자력본부 정문 앞에서 고리 1호기 폐쇄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려 했지만 이미 집회신고가 돼 있어 '기자회견'만 개최했다.

반핵부산시민대책위 소속인 최수영 부산환경연합 사무처장은 "본부가 한 번 집회신고를 낼 수 있는 기간인 28일을 꽉 채워 거의 1년 내내 집회신고를 하는 탓에 본부 앞에서 집회를 벌일 수가 없다"며 "지난해에는 28일 동안의 집회신고 날짜가 끝나는 날에 맞춰 경찰서로 달려가 집회신고를 겨우 할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장안읍 주민들이 정보공개청구를 요구하자 고리원자력본부는 21일 슬그머니 집회신고 철회서를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