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도 경남도의회 의장은 지역의 각종 현안을 둘러싼 민원이 발생할 때마다 직접 중재에 나서 화제가 됐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현안은 누구나 몸을 사리기 마련이지만 허 의장은 중재자를 자처, 항상 뉴스의 중심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허 의장이 지나치게 정치적 쇼맨십에 매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의장이 권위의식을 내려놓고 민원 해결을 위해 발벗고 나선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이 같은 허 의장의 리더십은 역대 첫 야권 도지사와 여권이 절대다수인 도의회 간의 대립과 격랑을 능숙하게 조율할 수 있었다.

-경남도의회 의장으로서의 직무도 매듭 단계인 것 같습니다. 야권 도지사가 이끄는 집행부와의 크고 작은 갈등 등 역대 가장 힘든 의정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초기에는 김두관 지사가 야권출신인 데다 국책사업인 낙동강 사업을 반대해, 찬성 입장인 도의회와 크게 대립, 갈등을 빚었습니다. 또 의회 내에서도 상임위 자리를 둘러싼 의원들 간의 갈등, 도의회와 유사한 성격의 민주도정협의회 설치 논란 등 셀 수 없을 지경이지요. 하지만 소통과 화합을 신조로 중재역할에 충실했고, 진심을 알아준 집행부와 동료의원 덕에 큰 대과 없이 임기를 마칠 것 같습니다.

-경남 진주 남강댐 물 부산공급, 신공항 건 등으로 부산과 경남 간 갈등의 골이 많이 깊습니다. 광역의회가 양 지역 간 갈등 해소에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부산시의회는 물론 부산시장과 부산상의회장과도 남강댐 물 문제를 수시로 논의했습니다. 남강댐 여유수량 자체가 없다는 사실도 수차례 밝혔지만 부산 쪽은 여전히 경남이 야박하게 군다고만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신공항은 우리나라 경제규모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인천 영종도 국제공항에 버금가는 허브공항으로서 반드시 필요합니다. KTX로 30분 내 접근이 가능하고, 동남권이 아닌 호남권을 아우르는 남부권 신공항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전처럼 장소를 놓고 극한 대결을 벌여서는 안됩니다. 누구나 공감하는 공신력 있는 전문기관에 입지선정을 맡기고 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전국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광역의원 유급 보좌관제와 별정직 수석전문위원제 도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도의원 혼자서 방대한 도정을 제대로 견제·감시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많은 한계가 있습니다. 단순 비교하기는 뭣하지만 국회의원은 한 명당 법정 보좌인력이 7명(인턴 제외)이나 됩니다. 별정직 수석전문위원제 역시 의회의 독립성 확보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별정직 채용에 따른 매너리즘의 문제는 기간제로 뽑아 재임용 심사를 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도의원들의 활발한 의정활동은 당연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터뜨리기식 폭로성 발언, 대안 없는 비판 등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국회의원은 면책특권이 있지만 도의원은 의정활동에 대한 보호막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근거 없는 폭로성, 포퓰리즘식 발언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의원들의 주장이나 발언은 나름대로 공부하고 현장점검에서 나온 결과이기 때문에 근거가 있다고 봅니다. 거짓은 일시적으로 숨길 수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드러나게 마련이고, 이는 유권자인 도민이 철저하게 평가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도교육청이 추진한 2015년도 고입 연합고사 부활, 경남 장애인평생학교의 예산삭감에 따른 도의회 앞 농성사태 등 민감한 현안에 직접 중재에 나섰습니다. 적극적인 직무활동이라는 평가와 성과가 없었다는 지적이 엇갈립니다.

▶고입연합고사 건은 도민 찬반 설문조사 실시라는 중재안이 도의회에 상정됐습니다. 또 장애인평생학교 건은 도의회가 관련예산을 삭감해 빚어졌습니다. 사태해결의 중심에 도의회가 서 있었고 무엇보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의장으로서의 심적 부담 때문에 중재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양측 모두 표준안(조정 가능안)을 전혀 준비하지 않은 상태여서 양측이 만족할 조율을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진심으로 대화하고 소통하면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는 본인의 소신에 따라 중재에 나섰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 고교 교사 10년 경력도

허기도 의장은 광역의원으로는 드물게 교사출신 의원이다. 그는 1989년 진주 명신고에서 교사로 근무하다 교원노조 설립과 관련, 학교를 그만뒀다. 당시 그는 이 학교 교원노조 설립을 주도했다.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교사 다수가 해직위기에 몰리고 수업차질로 학생들이 대학입시에 어려움을 겪는 등 문제가 발생하자 수습에 나섰다. 그는 교사들을 설득, 노조탈퇴와 함께 수업에 복귀토록 했다. 이후 그는 모든 책임을 지고 이듬 해에 10여 년 정든 교직을 떠났다.

허 의장은 이후 벽돌공장을 운영하는 등 사업에 뛰어들어 많은 돈을 벌기도 했다. IMF 사태로 주 거래처인 건설업체들이 도산해 힘든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1998년 제6대 경남도의회에 진출, 8대와 9대 연거푸 당선된 3선 의원이다. 허 의장은 "2002년 한나라당 산청군수 공천에서 탈락했을 때 주변에서는 무소속 출마를 권했지만 탈락을 겸허히 받아들였다. 당인은 당명을 따라야 한다. 그래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며 정치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약력

▶1953년 산청 출생 ▶국립 경상대(진주) 사범대학 졸업, 교육대학원 졸업 ▶전 산청여중고·진주 명신고 교사 ▶전 대양실업·석재 대표 전 일신환경 대표이사 ▶전 낙동강살리기 경남 민·관협의회 공동대표 ▶제6대 도의원(건설소방위원장) ▶제8대 도의회 부의장 ▶제9대 도의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