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12 태평양연안국원자력회의' 행사장 앞에서 반핵시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핵발전 폐기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 부산시 "안전성·투명성 필요, 시민 안심할 수준 안되면 고리1호기 가동 중단해야"
- "정책당국 협의체 적극 검토"

"그동안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원자력발전소 업무와 정보를 독점하면서 부산시 등 유관기관과의 유기적 협조가 잘 안 됐다."(김종해 부산시 행정부시장)

한수원이 지난달 9일 발생한 고리원전 1호기 사고를 한 달가량 은폐해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부산시와 정부 간의 원전 관련 업무 협력 체계가 사실상 전무하다시피 해 시민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그동안 원전 운영을 정부 산하 공기업인 한수원이 맡고 있는 만큼 시의 원전 관련 업무는 사고 발생 시 주민보호 대책 마련 등에 치중해 왔다. 따라서 한수원의 원전 관련 업무에 접근할 방법이 없었다.

한수원이 원전 업무 및 정보를 독점하면서 외부 접근을 허용하는 것은 사고 발생 시 문자메시지를 통해 민간 감시기구에 내용을 알려주는 정도다. 이마저도 이번 사고와 같이 내부적으로 은폐해버리면 아무도 알 방법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산시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시에서도 시 원자력안전대책위원회 소속 일부 전문가들의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대책위 위원 중 일부가 정부 산하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으로도 재직 중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종해 행정부시장은 19일 오후 시청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갖고 "원전과 관련해 책임있는 정책 당국의 협의체가 필요하다"며 "시와 기장군, 한수원, 안전관련 공공기관 등이 참여하는 협의회를 결성할 것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 부시장은 이날 또 '원전 안전 확보와 관련한 부산시 입장'이란 성명을 통해 정부와 한수원에 "원전 운영에 있어서 어떠한 경우에도 시민의 안전 확보가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며 "시민이 충분히 공감하고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 안 되면 고리원전 1호기를 가동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시는 "원전 안전과 관련한 사소한 사고 발생도 시민에게 신속하게 알려주고 원전 관련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며 "원전의 안전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실질적인 민관 합동 감시기구를 구성,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는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발족해 놓고 활동이 부진한 원자력안전대책위원회를 활성화시키겠다고 밝혔다. 김 부시장은 "솔직히 대책위의 활동이 미흡했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대책위 규모를 9명에서 14명으로 늘리고 회의도 분기 1회씩 정례화하는 한편 월 1회 '원전 안전의 날'을 지정해 원전 현장의 안전운전 여부를 확인해 나갈 방침이다"고 말했다. 시는 또 원전 전문가를 계약직 사무관으로 채용해 계 단위의 원전전담 조직을 신설, 운영키로 했다. 시는 21일 오전 원자력안전대책위원회를 열어 이번 고리원전 1호기 사고와 관련한 대응책을 집중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