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지역거점국립대의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지역거점국립대 살리기 방안을 놓고 김기섭 부산대 총장, 이영활 부산시 경제부시장, 김세연 국회의원 등 관계자들이 서면 대담을 펼쳤다. 이들은 "대학 자구 노력과 함께 지역거점대 특별법 제정, 등록금 대폭 인하 등을 통한 범국가적 차원의 지역거점대 살리기 대책이 시급하다"고 답변했다.
# 김기섭 부산대학교 총장
- 정부 고등교육 투자 0.6% 불과…OECD 평균 1%에 한참 못미쳐
- 교육재정 지원 확대 필요 시점
# 이영활 부산시 경제부시장
- 수도권 집중에 지역대학 위기, 국내외 기업유치 일자리 창출
- 미래 지역 산업 예측하고 대응
# 김세연 새누리당 국회의원
- 중앙정부 예산·권한 지방 이전, 서울과 경쟁가능 경제권 형성
- 대학들 통폐합도 고려해 볼만
■김기섭 부산대 총장
지역거점대의 위기는 수도권 집중 심화로 기업·산업이 수도권에 쏠리고 일자리도 여기에 집중되면서 지역과 지역대학이 함께 위축되는 사회구조적 문제에서 접근해야 한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자구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부산의 지역거점국립대인 부산대는 창의적 통섭형 엘리트를 육성하는 시스템을 갖춰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키우는 대학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무엇보다 기초·보호 학문을 육성하는 국립대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역거점대가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해 발전할 수 있도록 범국가적 차원의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는 거점국립대 운영 특별법 제정을 통해 지역거점국립대를 집중 지원·육성해야 한다.
거점국립대에 대한 교육재정 지원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우선 고등교육(대학)재정부터 확대해야 한다. 2010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부의 고등교육 투자비율은 0.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0%에 못미친다. 총 고등교육 투자비 중 정부재원 비중은 20.7%로 OECD 평균 69.1%에 훨씬 못미치며, 우리와 사학 비중이 비슷한 일본(32.5%)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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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국립대학 네트워크를 만들어 평준화시키고 등록금을 반값으로 해 서열화를 철폐함으로써 지역거점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사진은 부산대 본관 전경. 국제신문DB |
정부는 고등교육 투자를 늘리고 확보된 재원으로 거점국립대를 먼저 육성함으로써 다른 지역대학들의 동반 발전을 견인할 필요가 있다. 현재 부산대의 전체 예산 규모는 서울대의 40%선에 불과하다. 예산에서 차지하는 등록금(기성회비+수업료)의 비율도 선진국 국립대에 비해 턱없이 높은 편이다.
따라서 기성회계와 등록금에 대한 국가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지역거점국립대에 우선 지원해 등록금을 줄이고 장학금을 늘린다면 지역인재들이 지역에 남아 훌륭한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균형발전을 촉진하고 수도권 쏠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지역거점국립대에 재정이 더 많이 지원돼야 한다. 등록금 인하와 장학금 확대를 위한 대학의 자구 노력도 반드시 있어야겠지만 우선 국고지원으로 거점국립대 반값등록금을 실행하는 것은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서울시립대 변화(반값등록금 시행에 따른 입학생 성적 상승)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또한 대학에 실질적 자율권을 부여해 우수 연구자들이 지속적으로 충원될 수 있도록 행·재정적 규제를 없앨 필요가 있다. 인재 채용의 지역할당제 등 거점국립대 육성을 위한 제도도 요구된다. 장기적으로 대학 통합과 대학의 지배구조 등에 대한 전략적 접근도 필요하다고 본다. 단, 대학 통합이나 법인화 문제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다.
■이영활 부산시 경제부시장
지역대학 위기는 수도권 집중현상에 기인한 것이므로, 수도권 집중화를 저지하기 위해 타 시·도와 연계해 지방분권화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을 촉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일이 시가 할 일일 것이다. 이에 따라 산업단지 조성 등 인프라를 구축, 국내·외 유수의 기업을 유치하고 청년 일자리를 늘려 지역인재 유출을 방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역외 기업도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80개를 유치하려는 목표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지역대학의 위기가 닥칠 예정이다. 지역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작년 5월 부산시와 지역대학이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창립한 부산지역대학협의회의 역할을 강화하겠다. 시와 주요 대학 산학협력단장,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협의체로 대학 통합 또는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유기적 협조체제를 구축하도록 독려할 것이다.
미래 지역산업을 예측하고 이에 맞춰 대학이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장기적 그림도 만들려고 한다. 올해 부산인적자원개발원은 '지역산업 인력 수급 전망 모델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을 신규로 실시한다.
또한 지역인재 유출방지를 위해 지역대학생에게 장학금과 주거비용을 지원하고자 한다. 현재 부산시는 '브레인 부산(Brain Busan)21' 사업을 통해 지역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15억 원을 투입, 공가 또는 노후주택을 리모델링해 지역대학생에게 주거공간을 시세의 반값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지역거점국립대를 비롯한 지역대학의 위기는 근본적으로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흡수해 버리는 수도권 집중 현상 때문이다.
대학 진학이 취업을 위한 준비가 되어버린 것이 현실이며 수도권 대학을 나와야 취업이 쉽고, 취업 후 대우도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지역국립대로 진학할 이유가 없으며 그러다보니 지방대들은 신입생 수급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따라서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규모로 행정 체제부터 경제권까지 지방을 광역단위로 통합하고, 그에 상응하는 중앙 정부의 권한과 예산을 이양하는 방식으로 지방분권을 강화해야 하는 것이 근원적 처방이다. 이를 통해 수도권과 자체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지방정부 및 경제권을 형성하고 그 안에서 거점국립대가 신입생 유치에서부터 졸업 후 취업까지 해당 지역 내에서 선순환 구조로 소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국립대 구조개혁이나 지원 확대만을 가지고는 위기를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다.
국립대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역할 등을 감안해 사립대보다는 월등히 낮은 수준의 등록금 메리트가 있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저소득층은 등록금을 거의 면제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장학금의 규모도 확대해야 한다.
거점국립대인 부산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통합도 고려해볼 만 하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조만간 고등학교 졸업생 수가 대학 입학정원보다 부족한 상황이 발생하게 될 것이며 이는 국립대도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고등교육에 있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대학들의 통폐합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다. 일부 국립대들은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인근 국립대들과의 통합 노력을 하고 있다. 부산지역 국립대들의 통합 후 규모를 살펴보면 재학생 수, 교직원 수, 연간 예산 등에서 서울대에 버금가는 규모로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 지역거점대 경쟁력 강화 위한 제언들
- "경쟁력 있는 분야 특성화 추진"
- "국립대부터 서열 철폐 나서야"
■장보현 교육과학기술부 국립대학제도과장
정부는 지역산업에서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경쟁력 있는 분야가 특성화되도록 지역대학에 재정지원을 강화할 것이다. 특히 올해부터 시행되는 대학운영성과목표제 운영 때 지역거점대로서의 특성화 계획을 대학운영성과목표제의 지표로 반영, 지역경쟁력 강화를 유도할 방침이다. 내년 성과평가 때 우수대학은 별도로 재정을 지원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지역국립대 등록금 인하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총 1조7500억 원 규모의 국가장학금을 지원하며, 지역국립대의 경우 등록금 인하를 위한 자체 노력이 우수해 이에 연계해 소득 하위 70% 이하 학생에게 등록금을 대폭 줄여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김정숙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 집행위원장
요즘은 대학을 서울('In Seoul'이라 표현한다)로 갔느냐 부산에 남았느냐가 아이의 성적, 집안의 재정상태가 공개되는 기준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세상이다.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소위 명문대로 불리는 사립대를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못 보내는 학부모들은 마치 아이들에게 큰 죄를 지은 것인양 주눅이 든다.
대학이 철저하게 서열화돼 있고, 학벌사회로 돼 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것들에서 자유로울 학부모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해결 방안은 없는가? 그동안 학부모단체와 교육전문단체에서 논의한 몇몇 해결 방안들 중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효율적인 해결책으로 현재 국립대학만으로 국립대학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그 대학들의 서열화를 철폐하며 등록금을 반값(최소화)으로 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 본다. 먼저 국공립대를 네트워크로 묶어 평준화시키고 국가가 재정지원을 통해 사립대를 네트워크로 유인하는 방식이다. 네트워크 내에서는 교수 및 학점 연동으로 어느 대학에 등록하느냐가 별로 의미가 없도록 만든다. 전국 국립대학들을 모두 네트워크로 이어 하나의 거대한 연결망을 조직해 상호보완을 할 수 있도록 하며, 다른 국립대학 학생도 자기가 원하는 수업이 있는 학교를 찾아가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굳이 서울로 가야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끝-
※글 실은 순서
1. 위기의 부산대
2. 반값등록금 시행을
3. 대통합으로 경쟁력 확보
4. 지자체 나서라
5. 취업 둘러싼 오해와 진실
6. 일본 도호쿠대
7. 일본 오사카대
8.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
9. 전문가 대담
정리=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