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주요 기업인의 절반가량이 경남 출신으로 조사됐다. 이는 경남에서 분리된 부산이 산업화의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특히 경남 출신 부산 기업인 사이에 고향 사랑을 실천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민간 차원의 동남권 상생 운동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7일 부산상공회의소의 제20대 임원과 의원, 전임 회장 등 부산지역 상공인 93명의 출생지를 분석한 결과 경남 출신이 44명으로 전체의 47.31%를 차지했다. 이어 부산 22명, 울산 1명, 경북 19명, 서울 3명, 전남 2명, 인천 1명, 이북 2명이었다. 경남지역 시·군 별로는 창녕군과 남해군 출신이 각각 5명으로 가장 많았다. 산청군·창원시(옛 마산시)·김해시 출신은 4명씩이고, 하동군·함안군·거창군 출신은 각각 3명이다. 이어 고성군 거제시 사천시 양산시 밀양시(이상 각 2명), 진주시 함양군 의령군(이상 각 1명) 순이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창업주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2세가 대표로 돼 있는 기업이 많은 것을 고려하면 실제 경남 출신 기업인은 60%대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출신 기업인이 부산에 많이 정착한 것은 지리적, 경제적 특성 때문이다. 부산 울산 경남은 원래 한 뿌리로, 정서적으로 동질성이 강했다. 부산은 1963년 1월, 울산은 1997년 7월 각각 경남에서 분리해 직할시(현 광역시)로 승격했다. 게다가 부산은 우리나라 근대화의 요람이다. 부산은 1960, 1970년대 수출지향적인 공업화 전략에 힘입어 급속히 발전했다. 부산은 1976년 지역총생산이 전국의 9%선까지 진입했고 업체 수와 종업원 수는 각각 전국의 11.2%, 18.2%를 차지했다. 이런 여건 때문에 경남출신 기업인의 부산 진출이 러시를 이뤘다.

이 같은 경남 출신 부산 기업인은 동남권의 상생 협력, 나아가 광역경제권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부산이 글로벌 경제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경남과의 갈등을 풀면서 동질성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경남 출신 부산 기업인 사이에서 일고 있는 고향 사랑 실천 운동이 관심을 끈다. 부산상공회의소 민영기 사무처장은 "경남 출신 부산 기업인들이 자매결연, 특산물 팔아주기, 장학금 전달 등을 통해 고향 마을과의 교류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부산과 경남의 동질성이 되살아날 것"이라며 "이는 정치권이나 자치단체와는 달리 동남권 주민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고 하나로 묶는 상생 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