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자랑거리인 금정산성이 관할 구청의 들쭉날쭉한 복원으로 인해 동문과 남문의 여장(女牆·성가퀴 : 성벽 위에 덧쌓은 낮은 담) 모양새가 달라지는 웃지 못할 상황이 빚어졌다. 하지만 관할 금정구는 별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혀, 정밀한 고증작업 없이 산성 쌓기에만 급급하다는 지탄을 받고 있다.

29일 금정구에 따르면 구는 1972년부터 금정산성 복원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금정산성은 1971년 사적 제215호로 지정된 국내 최장 산성(총길이 1만8845m)이다. '한국의 만리장성'으로 불릴 정도로 장대한 규모를 자랑하지만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복원을 통해 명실상부한 지역의 대표 유적으로 가꿔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구는 지난 38년간 성곽 2856m를 정비했다. 상태가 양호한 성곽 5806m까지 합치면 전체의 46%가 복원됐다.

■ 동문-남문 여장 모양 달라

하지만 제대로 된 고증 없이 일부 문헌을 참고하거나 다른 지역의 성곽을 본뜨는 주먹구구식 복원을 하다 보니 동문과 남문의 여장 모양이 완전히 달라지게 됐다. 그 구체적인 사정은 이렇다. 구는 국내 성곽 중 여장을 제대로 복원한 사례가 없는 점에 주목하고 이 부분에 공을 들였다. 여장은 아군이 몸을 숨기고 중간에 뚫린 총안(銃眼)을 통해 적군을 공격할 수 있도록 만든 구조물이다. 1993년 동문 여장을 복원할 때 전문가 고증 없이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과 협의, 조선의 대표 성곽인 수원 화성을 본떠 정사각형 총안 2개, 세로 길이가 긴 직사각형 총안 1개 등 3개의 총안이 뚫린 형태로 여장을 복원했다고 구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지난해 문화재청의 관리 아래 남문 여장을 복원할 때는 이와 확연하게 달랐다. 정사각형 총안이 띄엄띄엄 늘어선 형태로 복원한 것이다. 이는 문화재위원회가 금정산성 3망루 등에 일부 남아있는 여장 모양을 참고한 결과 수원 화성과 같은 형태는 금정산성의 원형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데 따른 조치였다.

그럼에도 구는 별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구 문화공보과 관계자는 "옛 문헌에 따르면 금정산성에 대포를 보관하는 창고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어 총안이 긴 동문식 여장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