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농협의 밀 수매량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24일 경남 사천시 사남면 화전마을 김현주(73)씨가 싹을 틔우기 시작한 밀을 바라보며 한숨만 쉬고 있다.이완용 기자

- 농협, 생산량 1/4만 수매…판로 없어 대부분 창고행

"정부 말만 믿고 밀을 재배했다가 빚만 늘게 됐어."

정부의 밀 장려정책에 따라 밀 생산에 나섰던 경남지역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매년 밀 재배 면적을 늘렸지만, 수매는 고사하고 지난해 창고에 쌓아둔 밀도 처치 곤란이기 때문이다.

24일 경남 사천시 사남면 화전마을에서 만난 김현주(73) 씨는 이제 싹을 틔우기 시작한 밀을 바라보며 긴 한숨만 토해냈다. 그는 지난해 가을 2만 ㎡의 논에 밀을 심었다. 다른 작물을 경작할 수 있었지만, 정부를 믿은 게 화근이었다. 밀을 수확해도 농협이 4분의1 정도만 수매할 뿐 판로가 없어 창고에 묵혀야 하기 때문이다.

진주 동부우리밀작목회도 사정이 비슷하다. 지난해 가을 밀을 파종할 때만 해도 농협이 회원 140여 명으로부터 가마(40㎏)당 3만 6000원에 2만 가마를 수매키로 계약했다. 그러나 최근 농협 측은 수확량의 4분 1가량인 5000가마만 수매 대상으로 확정했다.

농협측도 난감한 지경이다. 수매한 밀을 되팔 곳이 없어 창고에만 5251t가 쌓여 있다. 오는 6월 밀 수매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 것은 농식품부가 1% 안팎이었던 밀 자급률을 2015년 1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에 따라 추진한 밀 장려정책 때문이다.

경남도내 일선 시·군은 밀 장려정책에 따라 ㏊당 30만 원의 종자비와 비료비를 지원해 우리 밀 재배 확대에 나섰다. 진주지역에서 지난해 274 농가가 280㏊의 밀을 재배하는 등 경남도내 밀 재배면적은 2807㏊(생산량 8938t)에 달한다. 지난 2006년 640㏊에 비해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판로를 찾지 못하면서 과잉생산된 밀이 재고로 넘쳐나고 있다. 여기에다 우리 밀이 수입산 밀보다 가격이 비싼 데다 수입산 밀에 맛 들여진 소비자들이 국산 밀을 외면하는 것도 판로개척의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종도 우리밀작목회장은 "정부가 지난해 수입 밀에 대해 2%였던 관세율을 아예 무관세로 전환했다"며 "농민이 애써 지은 밀은 나몰라라 해놓고 수입산 밀은 관세까지 내려 국산 밀 판로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진주시 관계자는 "군부대나 학교납품 등 중앙정부의 획기적인 소비책이 나오지 않는 한 농민들이 밀 생산에 등을 돌리게 되고 결국 우리 밀 생산기반이 붕괴되는 상황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도내 연도별 우리밀 재배면적  2006년  640㏊ 2007년  594㏊ 2008년  849㏊ 2009년 1330㏊ 2010년 2532㏊ 2011년 2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