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를 하는 이모(33·부산 북구 화명동) 씨 부부는 최근 26개월 된 딸아이를 맡길 어린이집을 구하느라 여기저기 수소문하다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집 근처 어린이집 8곳에 알아봤으나 정원이 다 찬 상태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 어린이집은 한결같이 인원 변동의 여지가 없다며 대기자 명단에도 올려주지 않았다. 결국 이 씨 부부는 아이를 장모에게 맡겨야 했다. 이 씨는 "정부에서 보육료를 지원해줘 부담을 덜게 됐지만 정작 보육시설이 부족해 아이를 맡길 수 없다"며 허탈해했다.

올해부터 만 0~2세 영·유아에 대한 보육료 지원이 이뤄지면서 아이를 보육시설에 보내려는 가정이 크게 늘어났지만 막상 보낼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아 부모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다음 달부터 만 0~2세 영·유아에 대해 해당 가정의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연령별로 28만6000~39만4000원의 보육료가 차등 지원된다. 하지만 보육시설에 입소해야만 보육료 지원을 받을 수 있어 보육시설을 못 구한 가정에겐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북구 구포동의 한 어린이집은 이미 정원 70명을 모두 채웠고 현재 대기자만 20명에 이른다. 특히 12개월 이하 영아를 맡기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북구 일대 어린이집마다 영아 대기자가 수십 명씩 몰려있다. 북구 금곡동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지난해에는 2학기 때 대기자가 발생했는데 올해는 보육료 지원으로 판이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15일 북구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관내 0~2세 영·유아 6690명 중 980명의 가정이 보육료 지원 신청을 했다. 현재 북구 내 어린이집 196곳의 총정원은 4996명인데, 모든 영·유아 가정이 보육료 지원 신청을 할 경우 1664명은 보육시설을 못 구해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은 사정은 북구만이 아니라 인구가 많은 부산시내 다른 지자체들도 마찬가지다. 영·유아를 돌볼 보육교사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어린이집은 저연령 아동이 많을수록 보육교사가 더 필요하다. 보육교사는 0세 영아 3명당 1명, 1세 5명당 1명, 2세 7명당 1명을 각각 두어야 한다. 이 때문에 어린이집들이 0~2세 반은 잘 운영하지 않으며 운영하더라도 1, 2개 반 정도다. 영·유아 부모들이 아이 맡길 곳을 못 구해 헤매는 이유다.

하지만 부산시는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 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영·유아반 위주로 운영되는 어린이집을 우선적으로 허가해주는 등의 방안을 통해 영·유아 보육시설 수급을 맞추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