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규모 국책사업 이전에 예비타당성조사도 안해
- 부산고법, 청구 인정 불구 "원상회복은 큰 문제 야기"
정부의 '낙동강 살리기 사업' 시행에 절차상 위법이 있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절차상의 일부 하자를 이유로 이미 대부분의 공사가 완료된 사업 자체를 취소하게 될 때 빚어질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해, 사업을 중단하게 해달라는 청구는 기각됐다. 이번 판결은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사법부가 최초로 위법성을 인정한 것이어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부산고법 행정1부(재판장 김신 수석부장판사)는 10일 시민 김모 씨 등 1794명의 국민소송단이 국토해양부 장관 등을 상대로 낸 낙동강 하천공사 시행계획 취소 소송에서 "피고가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에 대해 경제성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국가재정법 38조와 시행령 13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의 주장처럼 재해예방을 위한 시급한 사업이라는 이유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안 하면 국가재정법 입법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며 "보의 설치가 재해예방 사업이라고 볼 수도 없고, 준설 등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시킬 정도로 시급성이 인정되는 사업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때문에 낙동강 하천공사 시행계획을 뒤늦게 취소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처분의 위법성 판단에도 불구하고 낙동강 살리기 사업은 계속 진행되게 됐다.
재판부는 "보의 설치 및 준설이 대부분 완료돼 이를 취소하고 원상회복하는 것은 국가재정 효율성 측면에서는 물론 기술·환경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처분 취소가 명백히 공공복리에 반한다고 판단될 때,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사정판결(事情判決)'을 할 수 있다. 사정판결에서는 판결문 주문에서 처분의 위법성을 별도로 명시한 만큼 국민소송단은 이번 판결을 근거로 4대강 사업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특위 구성을 요청하는 등 피해 구제책을 모색할 계획이다.
국민소송단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이번 판결은 4대강 사업 실시계획처분 승인 취소 소송과 관련해 최초로 위법성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라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소송단은 2009년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정비사업이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환경파괴가 우려된다며 서울행정법원, 부산지법, 대전지법, 전주지법에 하천공사 시행계획 취소 청구소송을 냈으며 1심 재판부는 모두 "4대강 사업이 적법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