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국가 중 대학 등록금이 가장 비싼 미국에도 기성회비가 있을까. 또 한국보다 평균 2~10배 비싼 미국 대학의 등록금 체계와 미국인(영주권자도 포함)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주립인 플로리다 대학의 경우 연간 등록금 650만 원 중 수업료가 70%를 차지한다. 한국의 기성회비에 비유되는 시설 유지비 및 부대 서비스 사용요금은 30% 정도이다. 이 30%는 해당 항목 이외에는 절대 타 용도로 사용되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의 국립대학이 기성회비를 교수와 직원의 연봉을 올려주는데 사용했다는 사실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미국의 명문 사립대학은 등록금이 특히 비싼 만큼 장학금제도가 잘 정비돼 있다. 하버드, 예일, 윌리엄스 등은 연간 학비가 4000만 원 정도지만 필요한 학생에게 모두 장학금을 준다는 'need-base 원칙'을 지키고 있다. 성적이 꼴찌라도 이 정도 학교에 들어올 정도면 장학금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졸업생들의 기부금과 한국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 기여입학제 덕분이다. 

또 학생이 거주하는 주(洲)에 위치한 주립대에 입학하면 학비를 절감해주는 거주민 학비제(in state tuition)는 교육세 등 세금을 일정 기간 납부했는가에 의해 결정되지 단지 시민권자라고 해서 적용받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비싼 대학 등록금을 미국 학부모들은 어떻게 감당할까.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학생들은 부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부모들은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미리 대학진학과 직업교육 중 자녀의 진로를 계획한다. 만일 대학진학 트렉으로 진로를 택했을 경우 부모들은 늦어도 아이가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등록금을 위해 저축을 시작한다. 플로리다 주의 경우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매달 100달러 미만을 저축,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충당하도록 설계돼 있는 'Florida Pre-Paid College Plans'라는 공공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이는 초·중학교 시절 자녀 사교육비로 이미 많은 돈을 써 정작 대학 입학 후에는 가정경제가 파탄나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 현장으로 내몰리는 한국의 현실과 사뭇 대조적이다.

미국 학생들도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대학에서 운영되는 'Financial Aids'라는 프로그램을 이용, 1대 1 맞춤형 재무설계 컨설팅을 받는다. 이는 성적과 재능에 따라 장학금을 부여하고 학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work-study 프로그램'과 연결시켜 준다. 이렇게 해도 학비를 맞출 수 없을 경우 부모의 소득을 고려, 학자금 대출로 재무설계를 해준다. 대학의 재무 컨설턴트가 대학생들이 예비 사회인으로 미래를 계획하도록 도와준다는 것이 한국 대학과 큰 차이인 것 같다. 

미국 대학은 비싼 학비에도 불구하고 대학마다 다른 등록금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따라서 학생들은 각 대학의 등록금과 장학금 정책을 꼼꼼하게 알아보고 가정형편에 맞게 대학을 택한다. 대학과 학과를 우선시하는 한국과 비교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