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부산 해운대구의 도시락 배달 업체인 '행복을 나누는 도시락' 직원이 결식 아동에게 나눠줄 도시락을 챙겨 배달할 준비를 하고 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강서구, 차량 2대로 210명에 공급…일부는 오후 5~6시 돼야 도착
- 기장군, 아동 거주지 흩어져 있어운영비 부담 등 이유로 배달 안해
- 지역 특성에 따라 추가 지원 필요

- 부산시 "복지관 등 거점센터 지정, 강서구 배달차량도 늘릴 예정"

부산시는 방학동안 점심을 먹지 못하는 아동을 위해 '저소득층 아동 급식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방학을 맞아 혼자 집에 있어 점심을 먹지 못하는 아동들이 굶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저소득층 아동들은 개인 사정에 따라 일반 음식점이나 단체급식소에서 점심을 먹거나, 음식점이 부족한 지역의 아동은 기초자치단체에서 도시락을 배달해 준다. 하지만 도심 외곽지역, 즉 도·농복합지역에 거주하는 아동들은 제때 도시락이 배달되지 않아 끼니를 거르는 경우가 다반사라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도·농지역 급식 아동 점심 거르기 일쑤

부산 강서구 명지동에 거주하는 이모(12) 군은 방학이 되면 혼자 점심을 챙겨먹어야 한다. 일용직 근로자인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이 군은 아버지가 출근하면 줄곧 혼자서 시간을 보낸다. 다행히 부산시 저소득층 아동 급식 지원사업 대상에 포함돼 강서자활도시락사업단이 직접 도시락을 배달해줘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락만으로 허기를 채우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 도시락이 이틀에 한 번씩 배달되기 때문에 반찬을 나눠먹느라 마음껏 먹기 어렵기 때문이다. 도시락 배달도 점심시간이 아닌 저녁시간에 가까운 오후 4시에 도착하기 일쑤라 제때 점심을 챙겨먹은 적이 별로 없다. 이 군은 "아버지가 밥을 해놓으면 반찬이랑 먹으면 되지만 밥통이 비면 라면을 끓여 먹어야 한다. 도시락이 너무 늦게 도착해 기다리는 것이 귀찮아 끼니를 거를 때가 많다"고 말했다.

29일 부산시에 따르면 기초자치단체가 방학 때 저소득층 아동에게 점심 도시락을 배달해주는 곳은 강서구, 동구, 해운대구 등 3곳이다. 강서구의 경우 겨울방학 때 기초자치단체에서 점심을 지원받는 저소득층 아동은 397명인데, 이 중 210명은 이 군처럼 도시락을 배달해줘야 점심을 먹을 수 있다. 음식점이나 단체급식소가 없는 외곽지역(가락·천가·녹산동 등)에 거주하고 있어 직접 갖다주지 않으면 밥을 먹을 곳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시락을 받는 아동들은 점심시간인 낮 12시에 밥을 챙겨먹기 힘들다. 강서구 외곽지역 거주 아동에게 배달하는 도시락이 점심시간은 고사하고 오후 5~6시께나 돼야 도착하는 탓이다. 강서구가 지난해 겨울방학 때부터 강서구자활도시락사업단을 통해 아동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도록 조치했지만 차량 2대를 이용해 200명이 넘는 아동에게 일일이 도시락을 갖다주다 보니 배달시간이 늦어질 수 밖에 없다.

강서구처럼 도·농복합지역인 기장군 저소득층 아동들은 아예 도시락을 구경조차 할 수 없다. 기장군은 겨울방학 때 1067명의 저소득층 아동에게 급식을 지원하고 있다. 이 중 950명은 단체급식소 등에서 점심을 먹고 있지만 음식점이나 단체급식소가 먼 곳에 사는 아동은 농협상품권(초등학교 방학기준 41일, 18만4500원)을 받아 농협하나로마트에서 식재료를 사서 밥을 해먹어야 한다. 낮시간 보호자와 함께 있는 아동들은 상품권만으로 점심을 해결할 수 있지만 부모가 맞벌이를 하거나 자리를 비워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하는 아이는 제때 끼니를 챙겨먹기 힘들다. 아동이 직접 식재료를 사서 조리해먹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기장군은 상품권 대신 도시락을 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운영비 부담 등의 이유로 쉽게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기장군 관계자는 "도시락 배달 대상 아동들이 흩어져있기 때문에 제때 배달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도시락 배달업체 운영비도 부담돼 방법을 강구 중이다"고 말했다.

■외곽지역 급식아동 추가 지원 필요

반면 도심에 있는 저소득층 아동들은 겨울방학 때 점심을 먹는데 큰 문제가 없다. 도심 곳곳에 음식점이나 단체급식소가 위치하고 있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구 해운대구 등 일부 기초자치단체에서 도시락을 배달해주고 있지만 인구밀집도가 높고 대중교통도 잘 발달되어 있어 점심시간에 맞춰 도시락을 배달해주고 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도시락을 받는 아이들이 재송동 등 일부 지역에 모여있어 2시간 정도면 배달이 끝난다. 도시락 배달을 끝내고 돌아오는 시간이 낮 12시30분 정도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강서구, 기장군처럼 도·농복합지역에 거주하는 아동들은 단체급식소 등 시설이 부족해 점심을 제때 챙겨먹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 같은 애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락 배달이란 방법을 동원했지만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도심과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다보니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도·농복합지역의 경우 인구밀집도가 낮아 저소득층 아동들의 거주지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이 바람에 도시락 배달시간이 도심지역의 배 이상 걸릴 수밖에 없다. 강서구자활도시락사업단의 경우 차량 2대를 이용해 지역 곳곳에 흩어져있는 아이들에게 도시락을 일일이 배달하다 보니 점심시간을 맞추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강서구가 외진 데다 주민 수도 적어 도시락을 갖다줄 자원봉사자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아 배달인원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서구자활도시락사업단 관계자는 "한끼 도시락 비용 중 80%는 재료비로 쓰고 20%는 인건비 유류비 등 운영비로 쓰는데 넓은 지역에 배달을 하려다 보니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부산시가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저소득층 아동 급식 지원 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농복합지역의 경우 운영비 지원을 별도로 추가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은 "저소득층 아동 급식 지원에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댈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입장에서 어떤 방법이 나은지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반 음식점이나 단체급식소 등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아이들도 주위 눈치를 보며 밥을 먹느라 위축되는 경우가 많다"며 "도시락을 배달해주면 이런 눈치를 안봐도 되지만 상대적으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쉽게 시도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강영호 아동청소년담당관은 "도·농복합지역은 일대 복지관 중 거점센터를 지정해 저소득층 아동 도시락 배달 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선 강서구자활도시락사업단 도시락 배달 차량을 2대에서 3대로 늘리고 늦어도 오후 2시 전에는 도시락이 도착할 수 있도록 배달체계를 개선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 부산시 지원체계 연구 의뢰

- 낮은 급식단가 개선, 현실물가 반영하고 배달방법 찾기 나서

부산시는 결식 아동에 대한 지원체계 개선을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시 산하 부산여성가족개발원에 의뢰해 '결식 우려 아동에 대한 효율적인 급식지원 방안 연구'를 이달부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소속 박사 3명이 맡으며, 오는 7월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시가 이 같은 연구를 제안한 것은 전국적으로 저소득층 결식 아동에 대한 지원체계가 제각각이라 지역 사정에 맞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정부가 지난 2005년 결식 아동에 대한 급식지원사업을 기초자치단체로 이양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급식 단가이다. 살림이 빠듯한 기초자치단체는 급식 단가가 3000원대에 그치고 있지만 일부 사정이 나은 곳은 4000원을 넘기기도 한다. 실제 부산시의 경우 지난해까지만해도 단체급식 단가가 3000원으로 너무 낮아 올해부터 3700원으로 늘렸지만 여전히 현실물가를 반영하기엔 부족한 금액이다.

반면 서울 일부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급식 단가가 5000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이번 연구를 통해 각 지자체별 급식 단가를 조사하고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한 현실적인 단가 책정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기장군이나 강서구처럼 도·농복합지역의 경우 결식 아동 급식 지원 효과를 높이기 위해 배달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등의 방안도 모색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연구가 한계를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결식 아동 급식 지원 방법이 단체급식소·일반 음식점 이용, 도시락 배달 등으로 국한되어 있어 보다 혁신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여성가족연구부 박금식 연구위원은 "부산의 경우 도심 뿐만 아니라 도·농복합지역까지 포함하고 있어 결식 아동 급식 지원 대책이 폭 넓게 마련돼야 한다.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시가 지원방향을 재정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