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에 강한 특수방화복 지급, 부산소방서 관내 12% 불과
- 사다리차 20% 낡아 '애물', '생명줄' 호흡기도 여분 없어
- "재정어렵다 핑계 이젠 그만…정부 지자체, 지원 확대를"
소방관에 대한 열악한 처우와 안전 위협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사고를 당할 때마다 개선 요구가 강하게 제기됐지만 쉽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소방관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깊어지고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소방방재청이 요청한 낡은 소방장비 교체 예산 402억 원이 국회에서 전액 삭감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여론이 다시 들끓고 있다.
■낡은 장비에 생명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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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부산 사하소방서에서 한 소방대원이 열악한 소방장비 실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먼저, 부산의 경우를 살펴보자. 현재 부산의 소방관들에게 필요한 특수 방화복은 4500여 벌이다. 하지만 2010년 말부터 보급된 특수 방화복은 530여 벌에 불과하다. 단순 수치상으로 12%에 그친다. 대부분의 소방관들이 여전히 일반 방화복을 입고 현장으로 출동한다는 뜻이다. 더욱 위험천만한 것은 일반 방화복 중 내구연한 3년이 지난 것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일반 방화복은 270도까지의 온도를 견딜 수 있지만 특수 방화복은 520도 고온에서도 소방관을 지켜준다. 실제 화재 진압 현장에서 일반 방화복과 특수 방화복의 성능은 하늘과 땅 차이다.
일반 방화복이라도 자신의 몸에 맞는 것을 갖기가 쉽지 않다. 관련 예산 지원이 크게 부족하다 보니 전임자의 옷을 물려받아 입기 일쑤다. 방화복만이 아니다. 방열화와 헬멧은 낡고 닳아 진화 현장에 출동할 때마다 불안감을 안겨준다. 소방관의 생명줄과 같은 공기호흡기의 경우 고장나면 여분이 없다는 현실에 이르면 할 말을 잃게 된다.
화재 진압 장비도 많이 노후화돼 있다. 인명 구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다리차는 현재 부산에 23대가 운행 중이다. 이 중 15년을 넘긴 노후 차량이 20%인 5대다. 이들 차량은 고장이 나면 부품을 구하기 힘들어 보름에서 한 달 정도 운행하지 못한다. 결국 화재가 발생했을 때 10대 중 2대가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다. 소방관들의 처우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초과근무수당 미지급이다. 부산은 1300여 명의 소방관들이 시를 상대로 2006년 12월부터 2010년까지 4년 동안 받지 못한 초과근무수당 390억 원을 지급해달라는 소송을 부산지방법원에 제기한 상태다. 전국적으로 따지면 5000억 원 이상이며 대부분의 지역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울산은 지난해 말 소방공무원과 시가 협상을 벌여 미지급 초과근무수당 중 일부를 지급받는데 합의했다.
■체계 이원화 … 쥐꼬리 예산 배정
소방기관은 지휘 체계가 복잡하다. 부산시 소방본부는 부산시의 직속기관이지만 한편으로는 소방방재청의 관리를 받는다. 인력 구성도 부산의 전체 소방공무원 2548명 중 부산소방본부장 등 2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지방직 공무원이다. 이 때문에 지원도 이중적이다. 인건비와 개인보호장비, 소방차 등의 구조 장비에 대한 지원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고 정부는 구급 장비 등 일부에만 예산을 지원한다. 이 같은 체계에서 재정 상태가 좋지 못한 대부분의 지자체가 소방 관련 부문에 적은 예산을 배정했고 이는 그대로 장비 노후화와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연결됐다.
부산의 상황을 보면 특수 방화복과 안전장갑, 안전화 같은 개인보호장비 예산이 2010년 1억8000만 원, 2011년 3억3500만 원에 불과했고 그나마 올해 7억5400만 원으로 뛰었다. 그동안 줄기차게 예산 증액을 요구한 결과다.
부산소방본부 관계자는 "소방관들이 겪는 고통을 해결하는 확실한 방법은 지자체와 정부의 지원 확대다. 그동안 이처럼 쉬운 답을 앞에 놓고도 재정난을 이유로 문제를 오래 끌어왔다. 이제는 지자체와 정부가 소방관에 대해 확실한 인식 전환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