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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거점 국립대부터 반값등록금을 시행해 지역인재의 수도권 유출을 방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한국대학생연합 소속 대학생들이 지난해 8월 국회 의사당 앞에서 반값등록금 실현을 요구하는 기습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 등록금 자율화 이후로 급등…가난한 수재들 흡수했던 지방국립대 메리트 사라져
- "지방국립대 등록금 내리면 지역 인재의 서울 집중화 → 등록금 상승 악순환 차단"
부산대 전자공학과 94학번 한모(37) 씨는 요즘 반값등록금 논쟁을 접하고 깜짝 놀랐다. 한 씨가 학교를 다니던 당시는 한 학기 등록금이 100만 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250만 원 정도나 됐기 때문이다. 졸업 10여 년만에 2.5배나 학비가 뛰어오른 것이다. 당시는 학비 규모도 적었지만 장학금의 종류가 워낙 많아 거의 공짜로 학교를 다니던 시절이었다.
그는 "공대는 프로젝트가 많다보니 이러저러한 장학금 종류가 많았다. 가령 토익 점수를 받아오면 그 자리에서 수십만 원의 장학금을 현금으로 주기도 했다. 굳이 수석 입학이 아니라도 학비가 저렴한데다 장학금을 많이 받아 사실상 공짜로 학교를 다녔다. 물론 지금도 장학금이 많고 사립대에 비해서는 싸기는 하지만 지금의 등록금 규모를 더 낮출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등록금 프리미엄' 옛말
지역거점국립대 위기 중 등록금도 하나의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등록금 프리미엄'으로 가난하지만 공부를 잘하는 수재들을 흡수했던 과거와 달리 등록금이 수년 새 크게 올라 지방국립대로서의 메리트가 없어진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는 "이왕 돈 드는 것 조금만 더 보태 취업에서 유리한 서울로 가자"고 인식하고 있다.
11일 대학알리미(www.academyinfo.go.kr) 공시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대의 평균 등록금은 446만9000원(자연계열 466만3600원, 공학계열 499만6000원, 예체능계열 500만8300원, 인문사회계열 363만300원)이다. 10년 전인 2001년 재학생 기준 200만 원(인문대)~ 270만 원(공대) 선에 비해서는 배 수준으로 올랐다. 다른 국립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국 국공립대 평균 등록금이 2000년 219만 원이던 것이 2006년 342만 원→2008년 417만 원→2011년 435만 원으로 배가량 뛰어 올랐다. 현재 국공립대의 등록금은 사립대의 70% 선이다. 그렇게 낮지도 않은 것이다.
지방국립대의 등록금은 2002년 국립대 등록금 자율화 이후 기성회비를 중심으로 크게 올랐다. 등록금을 큰 폭으로 올려 교육환경을 개선하는데 쓰겠다는 것이다. 사립대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국립대의 등록금 인상도 불가피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기성회비의 30%가량은 교직원의 인건비로 사용돼 왔다.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은 기성회비와 수업료로 구성되는데 이 중 기성회비가 전체 등록금의 80%를 이룬다. 이렇게 등록금을 올려 편법 사용하다 국립대들은 지난해 9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적발됐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권영진 의원도 지난해 9월 부산대 경상대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기성회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기성회비를 교직원 급여보조성 인건비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부산대는 1인당 연간 평균 등록금을 114만 원, 경상대는 139만 원 정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값등록금으로 인재 유출 차단
이처럼 기성회비를 적절히 이용하는 동시에 지역국립대부터 반값등록금 정책을 시행한다면 '등록금 프리미엄'으로 지방인재 유출은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부경대 한 교수는 "사립대의 등록금이 국립대의 배가 넘는 상황에서 전체 대학의 반값등록금 정책을 시행하려면 막대한 경비가 든다. 지방국립대부터 반값등록금을 시행한다면 경비도 적게 들 뿐더러, 지역 우수인재의 유출과 서울 집중화 현상→등록금 문제 심화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며 "현행처럼 지역, 사립 국립할 것 없이 전 대학에 골고루 국비로 등록금을 지원해주면 수도권 집중 현상은 가속화할 것이고 5% 정도의 인하일뿐 '반값'등록금도 아니어서 효과는 미미하다" 밝혔다.
■국가장학금 20%만 들여도 거점국립대 반값등록금 가능
재정여건상 전체 지역국립대가 어렵다면 지역거점국립대부터 단계적으로 반값등록금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10년 39개 국립대(국립대법인 포함)의 결산 기준 등록금 총액은 1조8800억 원가량이며, 이 중 9개 지역거점국립대는 9200억 원이다. 권영진 의원의 지적대로 기성회계를 적절하게 운영해 현행보다 지역거점국립대 등록금을 30% 낮춘다면 6400억 원만 투입해도 지역거점국립대는 전액 무료 수업이 가능하고, 절반만 투입한다해도 반값등록금이 가능하다. 올해 정부가 전체 대학 등록금 5% 인하를 위해 편성한 국가 장학금 규모가 1조7500억 원이다. 지역거점국립대 반값등록금은 올해 예산의 20% 정도만 들여도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파급 효과 일단 주춤
- 박원순 서울시장 공약으로 올해부터 年 240만원 수준
- 지역거점 국립대도 시행안…정치권 논의 거치다 무산
최근 지역국립대의 반값 등록금 논쟁에 불을 붙인 것은 서울시립대의 반값등록금 시행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취임 후 올해부터 서울시립대의 등록금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공약 실행을 위해 올해 관련 예산 182억 원을 편성했다. 이에 따라 현재 477만 원 수준인 서울시립대의 등록금은 240만 원 정도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지역 주요 10개 사립대의 평균 등록금이 827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서울시립대의 평균 등록금은 사립대의 4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지는 셈이다.
서울시립대의 반값등록금 시행은 반값등록금 논쟁을 재촉발시켰다. 지역 공립대부터 반값등록금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충북도는 반값 등록금 시행 검토에 들어갔고, 강원도는 도립대의 무상교육을 추진하다 일단 올해는 등록금을 20% 인하하기로 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전국 지역거점 국립대로 확산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등록금 프리미엄'은 인재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주요한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을 중심으로도 지역거점 국립대부터 반값등록금을 시행하려는 움직임이 일었지만 무산됐다. 정부와 여당은 애초 서울을 제외한 15개 시도별 거점 국립대를 선정해 소득 하위 70% 학생의 등록금을 절반 수준으로 줄여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국가 장학금 1조5000억 원 외 4000억 원 증액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중 2500억 원만 반영돼 국가 장학금 규모는 1조7500억 원으로 늘어나는데 그쳤다. 대상도 지역거점 국립대가 아닌 전체 대학이 됐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방 국·공립대는 등록금이 싸 그 자체로 혜택이 있다. 지방대 지원보다는 학자금 대출금리 인하가 현실적"이라며 반대한 것을 정부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 한국, OECD 국가 중 美 다음으로 비싸
- 핀란드·아일랜드 국립대 무료
- 美 주립대, 재정 50% 지원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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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부경대에서 열린 '부산지역대학 총학생회 회장단과 청와대 간담회'에서 한 학생이 발언하고 있다. 김동하 기자 |
외국에서도 대학등록금 문제는 끊이지 않는 논쟁거리다. 11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김세연(한나라당) 의원이 입수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대학수업료 지원제도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공립대학의 경우 핀란드와 아일랜드는 무상교육이고, 나머지 대학들은 대부분 학생이 일부 부담하는 형태다. 사립대라 해도 핀란드는 재정지원 사립대의 경우 수업료가 무상이다. 한국 미국 일본 호주 등지의 사립대는 수업료 대부분을 학생이 부담한다.
호주는 1970년대 이전까지는 고액 유상교육 체제를 유지해오다 상류층에게만 고등교육의 기회를 준다는 비판에 따라 1973년 노동당 정부가 대학등록금을 폐지하고 무상교육을 시행했다. 하지만 재정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1989년 학비무상제도를 등록금 후불제(학생이 졸업 뒤 갚는 방식)로 전환했고, 국가 재정지원 감소에 따라 대학별 등록금 자율화를 실시하고 있다.
'무상교육'으로 알려진 독일은 국립대 시설이 노후화되고 국가 재정이 고갈되면서 2007년부터 일부 주에서 등록금을 징수하기 시작했다. 니더작센 함부르크 등 7개 주가 일정액(학기당 500유로 이내)을 학생에 부담시켰고, 나머지 9개 주는 징수하지 않고 있다.
거의 대부분이 주립인 미국의 국·공립대학은 재정의 50% 내외를 정부(연방 및 주, 기초지자체)가 지원하고 있다. 지역 출신 학생들에게는 등록금 혜택을 더 많이 주고 있다. 가령 텍사스주립대학의 경우 텍사스주 출신의 학생은 1학점당 50달러(Statutory tuition)를 받고 다른 주 출신 학생들에게는 더 많이 받고 있다. 국·공립대학은 주로 주나 주의회가 등록금 책정에 법률적 권한을 행사해왔으나 대학별 등록금 자율화 움직임도 일고 있다. 2003년 텍사스주에서 '등록금 탈규제(Tution de-regulation)법'이 도입되면서 등록금을 대학 자율적으로 올릴 수 있게 됐다.
한편 우리나라 대학등록금(국·공립 4717달러, 사립 8519달러)은 OECD 국가 중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사립을 기준으로 대학등록금 의존율은 52%로, 미국(40%)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