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졸업한다. 내겐 행운이다. 대학 4학년은 다른 때보다 가장 고민거리가 많은 시기였던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대학까지 어느 학교로 갈 것인지 나의 길을 선택할 때 늘 힘껏 도와주시는 부모님이 계셨지만 이제는 스스로 선택해야 된다는 게 너무 벅차다. 전공을 살려야 되느냐, 계속 한국에 있을 것이냐, 귀국할 것이냐, 대학원에 갈 것이냐, 취직을 할 것이냐 등 수많은 질문들이 머리속에 떠돌았다. 고향에서 대학에 다녔더라도 이런 고민을 했을 텐데 유학을 하고 나니 더 많은 고민이 생기는 것 같다. 비자기간 탓에 한국에서 취직하려면 빨리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해당기간까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바로 귀국해야 된다.

나는 우리 대학에서 인도네시아 유학생으로는 3기에 해당된다. 작년까지만 해도 외국인을 채용하는 회사가 별로 없었다. 한국에서 취직한 선배들은 몇 안 됐다. 국제무역을 전공한 유학생들은 그나마 다른 전공보다 나은 편이다. 기업의 업무 성격상 어학 능력이 필요하고 현지인과 잘 소통하고 문화도 아는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전공의 유학생을 찾는 기업은 별로 없었다. 4년 전 전공을 선택한 나는 취직에 대해선 미처 생각하지 않았음을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행운일까. 올해는 기회가 찾아왔다. 더 많은 회사, 특히 한국의 대기업이 외국인 채용을 늘리기 시작했다. 이들 회사는 거의 서울에 위치하고 있는 데다 1~2년 정도 한국에서 근무하고 인도네시아 지사로 보내주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면접을 보기 위해 부산과 서울을 왕복해야 했지만 취직하려면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했다. 또 면접은 한국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얼마나 많이 떨리는지…. 그런데 이 떨리는 마음은 마치 '설레임'과도 같다. 뭔가를 처음 할 때 그 '설레임'을 느꼈던 것이다. 처음으로 혼자서 집을 구해야 되고 처음으로 다니게 되는 직장, 그것도 다른 나라의 회사…. 그리고 부산에만 살다 처음 서울이란 낯선 곳으로 이사를 하는 것 등이 모든 게 나를 긴장하게 만든다.

국제화시대가 이제 정말 피부로 느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국제화 또는 세계화라고 하지만 내가 이를 위해 정말 제대로 준비를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면서도 기대감 역시 부풀어오른다. 나는 오래전부터 국제 관련 업무를 너무 하고 싶었다. 국가 간 다리 역할을 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유학을 오게 된 것이다. 이제 유학생활도 끝나고 내가 가고 싶은 길에 나서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새 출발에 앞서 마지막 관문 하나를 넘어야 된다. 모든 채용 절차가 끝났더라도 외국인에게는 취직이 확정된 게 아닌 것이다. 마지막 하나, 취업비자를 받아야 된다. 내 소망이 이 비자에 달렸다.

캐런 셈로니(인도네시아)·경성대 건축공학과 08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