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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의 탈부산으로 지역인재가 지역산업체로 흡수돼야 하는 구조가 붕괴되면서 부산 우수생들의 탈부산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부산대 장전캠퍼스 본관 전경.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 "학비 등 부담돼도 취업 유리" 너도나도 무조건 서울로
- 부산 탈출 현상 갈수록 가속, 입학생 성적 수준 날로 하락
- 취업 때 지역인재 할당제 등 우수학생 흡수 대책 마련을
지난해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부산 모 고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여·46) 씨는 정시모집 지원 대학 문제를 놓고 아들과 한참을 고민했다. 수시모집에서 수도권 대학에 원서를 넣었다가 탈락했지만 이후 정시도 부산이 아닌 서울지역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부산대도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은 아니나 졸업 후를 생각하면 서울로 진학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었다. 김 씨는 "우리 세대가 대학을 갈 때의 부산대 위상과 지금이 완전히 다르듯이, 10년 뒤 아이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할 때쯤이면 부산대의 위상이 또 떨어지고, 그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며 "때문에 등록금 등 무리가 되더라도 졸업 후를 생각하면 서울로 가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딸이 서울지역 사립대에 다니는 학부모 정모(49) 씨는 1년에 3000만 원 정도를 송금한다. 연간 대학 학비 1000만 원에 방값 생활비 영어학원비 등을 포함하면 이 정도나 된다. 서민 가정으로서는 부담이 크지만 그래도 딸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정 씨는 "졸업 후 취업 문제도 그렇거니와 솔직히 부산에는 제대로 된 기업이 없다보니 (눈높이에 맞는) 남자가 없어 결혼도 못 시킬 것 같아 처음부터 서울로 올려보내 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학부모·학생이 체감하는 위상
지역거점국립대의 위상은 고3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가장 민감하게 체감하고 있다. 신입생 입학성적이 서울대 다음이었던 40여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불과 10~20년 전까지만 해도 부산대는 지역의 우수인재들에게 당연한 선택을 받았지만, 이제는 당연하지 않은 풍경이 돼버렸다. 진학 시 가정형편을 주로 고려하다보니 '등록금 프리미엄'이 강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자녀가 가정당 한두 명 정도여서 교육비 지출에 관대해져 성적이 된다면 자녀를 서울로 보내는 분위기다. 부산 명호고 김경환 진학담당 교사는 "우수 학생을 선점하고자 하는 취지의 수시모집의 경우 일반고의 성적 우수생들은 일단 서울지역 대학부터 바라본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대입 배치표상 신입생 입학성적을 비교하면 1970년대와 현재는 큰 차이가 있다. 부산종로학원에 따르면 예비고사 시절이었던 1974년 서울대 정경대 평균 점수가 267.45점, 연세대 경상대 265.72점, 부산대 경영학과는 264.95점으로 점수 차가 거의 없다. 1992년 배치표를 보면 서울대 경영학과는 최상위권인 1집단에 속해 있지만, 부산대 경영학과는 고려대 역사교육학과,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한국외대 영어교육과 등과 함께 6집단에 있다. 올해 입시인 2012학년도 정시(나군)에서 서울대 경영이 표준점수 538점 정도라면, 부산대 경영은 517점으로 경희대 경제학과, 중앙대 역사학과, 한국외대 스페인어학과 등 서울지역 중위권 대학 학과 수준이다.
신입생 입학 성적이 떨어지면 대학원생 유치, 나아가 연구 수준에도 연쇄 파장이 미친다. 부산대 한 교수는 "학부생도 대학원은 서울로 가려는 경향이 강해 부산과 인근 지역 국립대 및 사립대학 졸업생들이 많이 들어온다"며 "신입생의 입학성적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내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취업 염두 탈부산 악순환
2000년대 들어 청년실업이 심화하고 대학의 기능이 '취업'으로 변화하자 이 같은 부산 우수생들의 탈부산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탈부산으로 지역 인재가 지역 산업체로 흡수돼야 하는 구조가 붕괴되면서 이 같은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취업을 위해 지역보다 수도권 대학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역발전위원회의 '2008 지역발전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의 지역총생산 비중은 48.6%로 동남권(17.3%)보다 높고, 특히 연구개발 비중은 수도권이 64.3%로 동남권(8.0%)을 압도한다. 부산대의 위기는 이 같은 사회·경제적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라는 것이다.
지역거점국립대의 과거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선순환구조를 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반값 등록금 시행과 졸업 후 취업 시 지역인재 할당제 시행, 대기업 유치 등으로 선순환구조를 만들기 위해 대학과 지자체, 정부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것이다.
# 구정회 총동문회 회장
- "수도권 집중현상이 부산대 위상 약화 불렀다"
부산대 총동문회 구정회(64·사진) 회장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지방 학생들에게 부산대는 서울대 다음이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의대 66학번인 구 회장은 대학시절 부산대의 위상이 전국에서도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다음으로 꼽힐 정도로 높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교통, 경제적 사정 등으로 서울 진학이 어려운 지방의 우수학생들은 부산대로 몰렸다. 국립대라 저렴한 등록금과 풍성한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무조건 서울지역 대학으로만 가려한다. 구 회장은 "일종의 트렌드다. 부산대보다 대학순위가 낮아도 수도권 대학이라는 이유로 입학하는 학생들도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그는 수도권 집중현상에 따른 부산의 위상 약화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구 회장은 "우리나라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부산의 비중이 많이 줄었다"며 "지역 인재들이 부산에 남아있을 이유를 못느끼니까 자꾸만 서울로 올라가려한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졸업생들이 부산을 벗어나 수도권으로 취업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구 회장의 부산대 살리기 해법은 부산의 경쟁력 강화다. 지역 인재들이 부산에서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동문회 차원에서도 인재를 적극 유치하고 기부와 재능봉사를 펼치는 등 다각도로 위상을 높이는 데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김인애 총학생회장
- "등록금 낮추고 장학금 늘려 인재 유인 필요"
"해를 거듭할수록 낮아지기만 하는 부산대 대학순위에 공감하지는 않아요. 다만 정부와 대학 차원의 특단의 조치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산대 김인애(여·22·사진) 총학생회장은 "매년 일부 언론을 통해 발표되는 대학순위로 학교 위상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면서도 "정부와 학교가 고등교육에 대한 철학을 갖고 국립거점대 발전방안을 제시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학교가 외적 팽창에만 집중하느라 내실을 다지는 데는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그동안 경쟁력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계속적으로 통합을 시도하는 등 덩치만 불려왔다"며 "최근 대학이 취업 관문으로 전락했는데, 대학이라면 진정한 학문의 장을 열 수 있도록 교육 투자를 늘려 학교의 위상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교수 강의평가를 공개해 교수 스스로 수업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정부가 내놓은 국립대선진화방안은 지방 국립대 모두가 겪는 어려움을 개별 대학의 문제로 치부해 정부 차원의 해결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국립대를 살리려면 정부의 지원을 늘려 등록금을 낮추고 지방 인재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974·1992·2012년 대입 배치표에 따른 부산대와 타 대학 입학생 성적 비교 |
▶1974년 |
267.45 |
서울대 정경 |
264.95 |
부산대 경영 |
▶1992년 |
1집단 |
서울대 경영 |
6집단 |
부산대 경영, 고려대 역사교육, 중앙대 광고홍보, 한양대 경영 ※상위권 9개 집단 기준 |
▶2012년 |
538점 |
서울대 경영 |
517점 |
부산대 경영, 경희대 경제학과, 중앙대 철학과. |
※자료 : 부산종로학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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