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지선정 지역 갈등 해소, 충분한 예산 확보도 과제
부산지법 서부지원·지청 설립 법률안(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 2001년부터 추진된 지역의 숙원사업이 10년 만에 결실을 거뒀다.
서부산 지역 주민과 부산 법조계는 늦게나마 국회를 통과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지역 정치권과 법원행정처에서 관련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국회에서 이를 통과시키지 못해 지연됐다.
서부지원·지청 설립에 앞장선 부산변호사회 장준동 회장은 "늦게나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서부지원·지청이 설립되면 서부산 지역민의 접근성이 좋아져 사법서비스를 받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인구 360만의 대도시임에도 본원과 동부지원 단 두 개의 법원만이 있었고 그마저도 동부산에 치우쳐 서부산 지역민들이 법원과 검찰청을 이용하는데 큰 불편을 겪었다.
사법서비스의 질도 개선될 전망이다. 부산지방법원에 연간 접수되는 사건은 30만 건에 육박하고 있으며 이는 서울중앙지법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가장 많다. 법관 1인당 담당 사건 수도 1200여 건으로 서울북부지법과 더불어 전국 법원에서 가장 높은 실정이었다.
동서 간 지역 균형발전에도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박흥대 부산지법원장은 "서부산권은 경제자유구역청과 신도시, 신항만 등 발전 가능성이 무궁한데도 인프라가 부족해 낙후된 곳으로 인식됐다"며 "지원과 지청의 신설로 지역 발전이 가속화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2017년 3월 1일 개원하는 서부지원·지청의 앞길에 난관도 적지 않다. 먼저 입지 선정이 가장 큰 문제다. 지역민의 이해가 걸려 있어 입지 선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그동안 사하구와 사상구, 강서구 등이 활발하게 유치활동을 벌였다.
개정안은 서부지원과 지청의 관할권으로 서·사하·사상·북·강서구 등 5개구를 설정했지만 관할 구역 문제가 완전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은 아니다. 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아직도 건재하다.
변호사회와 함께 서부지원·지청 설립에 노력한 서부산협의회 김영주 공동회장은 "행정구역과 정치적 이해에 따라 입지가 선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주민생활권 개념인 낙동강 하구 문화권 틀에서 김해지역을 포함해 입지와 관할구역을 설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부산협의회는 조만간 이에 대한 입장을 성명서 형태로 낼 예정이다. 또 자체 부설연구소를 설립해 정치와 행정논리가 아닌 시민사회의 논리로 입지와 관할권 문제를 풀어갈 방침이다.
공사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 확보도 풀어야 할 과제다. 석동현 부산지검장은 "과거 경험을 볼 때 지청을 짓는 데 7~8년의 세월이 걸렸다"며 "이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지역 간 이해만 따지지 말고 대승적 입장에서 예산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