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울산석유화학공단의 정전으로 발생한 기업들의 피해액을 200억 원대로 집계했다. 이 같은 피해 규모는 기업들이 추정하는 1000억 원대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향후 피해배상을 둘러싼 법적 공방 등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전력은 지난 6일 발생한 울산석유화학공단의 정전사고로 50개 사가 직·간접적으로 200억 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잠점 집계됐다고 12일 밝혔다. 한전은 이번 정전사고로 동서석유화학 등 12개 기업체에 전기와 스팀을 제공하는 한주가 가장 많은 100억 원의 피해를 입은 것을 비롯해 SK에너지가 60억~70억 원, 효성 용연 1·2공장이 27억 원, KP케미컬이 1억 원, 에어프로덕츠코리아가 1억 원 등으로 추산했다.
이 같은 집계는 피해 기업들의 예상치와는 큰 차이가 난다. 지난 9일 정유공장과 중질유분해공장 등 모든 피해 복구를 마무리한 SK에너지는 생산라인 절반 이상이 멈춰섰기 때문에 피해 규모가 한전 측의 추산 금액보다 5~6배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효성 용연공장은 5개 공장 가운데 현재 4개 공장 만 정상가동하고 있고, 동서석유화학은 아직 정상가동을 못하고 있어 정전사고로 인한 피해금액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워낙 많은 공정이 연계 피해를 입어 당장 정확한 피해규모를 산출하기는 어렵고 연간 매출이 50조 원에 달하는 공장이니 만큼 피해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피해액을 산출해 발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울산시는 이번 정전사고로 모두 62개 사가 총 1000억 원대에 이르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더욱 문제는 한전이 추정한 피해액도 기업들이 제대로 보상을 받기 어렵다는 데 있다. 전기공급약관에는 전기 공급이 중지된 시간에 해당하는 만큼의 전기요금 3배를 배상하도록 돼 있는데다, 기업체들이 한전과 최초 전기공급 계약을 맺을 때 피해배상 규정을 따로 명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전이 지금까지 비슷한 사고에도 보상한 사례가 없다. 지난 1월 여수산단 정전 사태로 20여 개 업체가 707억 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지만 한전은 조사 결과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며 한 푼도 배상하지 않았다.
한전 관계자는 "피해액을 산정할 때 기업체마다 매출액, 매출이익 등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몇몇 업체를 제외하면 직접 피해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