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문화유산(부산시 지정 기념물 51호)인 부산 중구 복병산 부산기상청 별관 건물내 벽면과 천장이 페인트가 벗겨진 채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벽면·천장 등 곳곳 벗겨져 흉물

신정익(41·부산 동구) 씨는 최근 부산 근대사를 연구하는 한 일본인 학자와 중구 대청동 부산기상청 별관에 갔다가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부산의 근대유산을 보고 싶다는 부탁에 부산시 지정기념물인 부산기상청 대청동 별관으로 안내했지만, 내부가 마치 폐허처럼 방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부산기상청 별관 전경.

신 씨는 "창틀은 원형을 무시하고 요즘 가정집 베란다에나 쓰는 플라스틱으로 갈아 끼워놨다. 다른 창틀도 자재인 나무는 다 썩었고, 천장에는 케이블이 아무렇게나 달려 있었다"며 "굳은 표정으로 꼼꼼하게 건물 내·외부를 카메라로 기록하는 일본인 학자를 보니 너무 창피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11일 부산기상청에 따르면 대청동 별관은 일제강점기인 1934년 건축돼 2002년 1월까지 부산기상청 본관 건물로 사용됐다. 부산기상청이 동래구 신청사로 이전하면서 이 건물은 대청동 별관으로 이름이 바뀌어 지금은 관측업무만 하고 있다. 현재 1층은 사무실, 2층은 관사로 쓰이고 3, 4층은 비어 있다. 부산시는 2001년 10월 이 건물의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해 지정기념물 51호로 지정했다.

그런데 10년 전 부산기상청이 이전할 때만 해도 '기상박물관' 또는 '기상전시관'으로 활용할 것이 검토됐던 대청동 별관이 문화재 이름에 걸맞지 않게 방치돼 있다. 현재 사용하지 않는 3, 4층이 특히 심하다.

신 씨의 말처럼 3층의 벽면·천장의 페인트는 곳곳이 벗겨져 흉물스러운 모습이다. 3층 내부에서 외부로 나가는 문도 현대식 검은색 창틀로 돼 있다. 건물의 주요 특징인 높고 긴 창문 중 한 곳은 2006년 보수공사를 했는데, 원형을 무시하고 플라스틱 창틀로 바꿨다. 특색있는 천장의 테두리 문양 주변 페인트 칠도 군데군데 떨어져 나간 상태였다. 건물 외부도 곳곳에 벽돌이 떨어졌거나, 페인트가 벗겨진 부분이 쉽게 눈에 띄었다.

이에 대해 부산기상청 관계자는 "창틀이 원형대로 복구되지 않았지만 부산시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쳤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는 없다"며 "관리가 미흡한 건 알지만 문화 유산을 관리할 예산이 부족해 어쩔 수 없었다. 내년에는 원형을 살려 부분적으로 보수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동아대 김기수(건축학과) 교수는 "대청동 별관은 높은 창과 천장의 테두리 문양이 옛 관공서 건물 원형을 지녀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며 "기상청이 국가기관인 만큼 건물 보수 예산과 별도로 문화재관리예산 항목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유지·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