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용 안되는 외국사이트 찾기도

19일 주말을 맞아 친구와 밤늦게까지 인터넷 게임 '던파'(던전앤파이터)에 빠져 있던 중학생 박모(15·부산 수영구) 군은 20일 0시가 되자 당황했다. 스크린에 '16세 미만 청소년은 0시~오전 6시 게임을 못 한다'는 메시지가 뜨더니 접속이 차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혼란'은 잠시. 함께 게임하던 친구가 전화를 걸어 "빨리 건강보험증을 꺼내서 부모님 주민등록번호 13자리만 외워라. 난 지금 엄마 주민번호로 게임하고 있다"고 알려줬다. 박 군은 이내 부모 명의로 새 아이디를 만들었고, 다시 친구와 게임을 즐겼다. 박 군은 "미리 준비하지 못해 조금 번거로웠을 뿐, 별거 아니었다"며 태연해했다.

청소년의 심야 온라인 게임 접속을 막는 '셧다운제'가 시행 첫 날부터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청소년은 게임 접속을 위해 명의를 도용하거나, 또 다른 해외 게임 서버를 찾아 나서는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20일 0시 셧다운제가 전격 시행되자 혼란에 빠진 청소년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게임 동호회 게시판에 발 빠르게 글을 올렸다. 처음에는 항의성 글 위주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전 '마미' 주민으로 (게임) 잘하고 있어요" "2시간30분째 게임 중. 셧다운제 따윈 통하지 않음" 등 편법으로 게임에 접속하는 방법과 성공담이 줄을 이었다.

"셧다운제는 청소년에게 편법만 가르칠 뿐" "셧다운제 덕분에 부모님 주민번호와 생일을 외워 효를 실천할 수 있게 됐네요" 등 웃지 못할 글들도 올라왔다. "해외 ○○게임 서버는 셧다운제가 적용 안 된다"는 내용 등 정보 교환도 이어졌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 듯 20일 새벽 각종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 1위를 '셧다운제'가 차지했다.

게임업체들은 셧다운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밝혔지만, 일부 청소년은 "0시가 넘어서도 1시간30분가량 아무런 제지 없이 게임했다"며 캡처한 게임 화면을 올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청소년들은 "셧다운제를 뚫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며 벌써 셧다운제의 허점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셧다운제 적용이 유예된 것도 논란거리다.

반면 "현실적으로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을 막을 길은 셧다운제뿐이다. 조기 정착을 도와야 한다"는 반응도 이날 내내 인터넷을 달궜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셧다운제 실효성 확보를 위해선 사회적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며 "자녀가 어떤 게임을 하는지, 부모 명의를 도용하지 않았는지 등을 가정에서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청소년 인터넷 이용 주 시간대 (단위:%) 구분 06:00 ~12:00 12:00 ~18:00 18:00 ~22:00 22:00 ~02:00 02:00 ~06:00 만9~14세 2.9 51.7 40.8 3.4 1.1 만15~19세 2.3 31.8 45.0 19.4 1.6 ※자료 : 여성가족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