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자살률이 아주 높은데, 자살의 이유는 대부분 우울증이라고 한다. 처음 나는 왜 우울증 때문에 자살을 하는지 몰랐다. 그런 내가 우울증에 걸리게 되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지 5년. 그동안 시각장애인인 남편을 옆에서 도와주고,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를 잘 해왔다. 그런데 두 달 전, 어느날 갑자기 밥도 먹기 싫고 이유 없이 자꾸 화가 나곤 했다. 공부를 하려 해도 전혀 집중이 되지 않았다.

원래 나는 인내심이 많은 편이다. 다른 사람이 내게 화를 내도 잘 참는 편이었다. 하루는 시장에서 물건을 사려는데 옆에 있던 다른 손님과 별 것 아닌 일로 크게 다투기도 했다. 그날은 슬퍼 밤늦도록 울었다. 남편에게도 쉽게 화를 냈다. 남편은 눈이 불편하기 때문에 내가 많이 배려해주고 화가 나도 참고 들어주는 편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같이 화를 내고 싸우게 되고, 슬퍼서 잠도 오지 않았다. 조그만 일에도 마음이 걸리고, 소화가 잘 되질 않았다. 이 세상에 나 혼자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이 세상에 태어났는가 하는 생각까지 자꾸 떠올랐다.

결국 병원을 찾았다. 의사 선생님은 내가 우울증에 걸렸다고 했다. 우울증 때문에 이유 없이 화가 나고 슬프고 몸도 아픈 것이라고 했다. 우울증이란 말에 남편은 더 놀랐다. 남편은 단지 내가 이상하게 변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병 때문에 그랬다는 것을 알고 정말 미안해했다.

그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우울증 치료를 위해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 증상이 나아지기도 했지만,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남편에게 속상한 일이나 바라는 일이 있으면 바로 말하고 이전보다 대화하는 시간도 많아졌다.

남편, 아들과 함께 여행도 가고 운동도 함께 하면서 기분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남편의 모습이 많이 바뀌었다. 처음에 시력이 좋았던 남편은 눈이 안 보이기 시작하면서 화를 많이 내고 잔소리도 많이 했었다. 그런데 내가 그런 것들을 참느라 우울증에 걸렸다고 생각했는지 이제는 잔소리도 안 하고, 이야기를 많이 들어준다. 함께 쇼핑도 하면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려고 노력한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우울증에 걸린 많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슬퍼하고, 화내고, 자살까지 하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우울증을 극복하는 데는 가족의 관심과 적극적인 활동이 최고라는 것도 알게 됐다.

주변에는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많을 것이다. 특히 나와 같은 이주여성의 경우 고향에 대한 향수, 문화적 이질감을 극복하지 못해 심리적인 고통 탓에 우울증을 많이 겪기도 할 것이다. 이제는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더이상 힘들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다. 주변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누엔티튀(베트남)·부경대 국어국문학과 2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