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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밤 부산여성가족개발원에서 부산가정법원 주최로 이혼 소송 중인 가족들이 참가한 가운데 '쉼을 위한 가족 캠프'가 열리고 있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제공 |
- 부산가정법원 지원 마련
- 서먹한 부부·움츠린 자녀, 촛불의식·한 방 자며 대화
- 상처 치유의 1박2일 보내
"엄마, 아빠가 서로 싸우면 너무 화가 나요."
영식(8·가명) 군은 종이컵 바닥에 '엄마'라는 글자를 써넣고는 발로 콱 밟는다. 화가 풀렸으면 그 컵을 펴라고 했지만, 화가 안 풀렸는지 서너 차례 더 밟는다. 이 모습을 창가에서 바라보던 어머니 김모(여·38) 씨는 "이미 부부의 연은 다했다"며 "다만 아이들이 이혼 때문에 움츠러들지 않고 밝게 살아야 할 텐데…"라며 걱정했다.
지난 5일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1박 2일 동안 부산 북구 금곡동 부산여성가족개발원에서 '쉼을 위한 가족 캠프'가 열렸다. 이번 캠프에는 불륜이나 가정폭력보다는 성격차이 때문에 이혼을 준비 중인 30, 40대 부부와 이들의 8~21세 자녀 9가족 32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속내를 털어놓는 시간이 되자 그동안 쌓아왔던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곧 가족만의 자랑거리를 찾고, 다른 가족의 사정을 듣고 서로 조언을 나눴다.
촛불의식을 진행할 때는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다. 가족끼리 오랜만에 오붓하게 한방에서 잠을 자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가족이 공동 작업을 통해 그릇과 컵 등을 만드는 프로그램에서는 마지막 추억을 만들려는 듯 적극적이었다.
부산가정법원은 이혼을 준비 중인 부부가 서로 미워하는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주려고 이번 캠프를 마련했다. 이혼해서 가족이 흩어지더라도 자녀와 부모 간에 맺어진 연과 역할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부부는 이혼 소송 기간 자녀 양육권, 면접교섭권, 재산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곤 한다. 이때 생긴 응어리 때문에 양육권을 빼앗긴 부모 중 한쪽은 자녀와 더 이상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번 캠프에 참가했던 이모(47) 씨는 "소송을 하다 보니 아내가 적으로만 보였다"며 "이번 캠프를 통해 이혼 문제가 둘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도 함께 힘들어 한다는 점과 같은 고민을 하는 부부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동희 부산 건강가정지원센터장은 "이혼은 생활 환경의 변화일 뿐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 단절이 아니다"라며 "설령 헤어지더라도 상대방이 동업자나 친구라는 생각을 하고 자녀에게 부모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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