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문제로 노조와 10개월 넘게 갈등을 빚고 있는 한진중공업이 생산직 근로자에 대해 대규모 유급휴직을 단행키로 한 것은 수주 부진으로 일감이 떨어졌기 때문이란 게 사측의 설명이다.

사실 한진중공업이 생산직 근로자에 대해 유급휴직을 실시한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이미 지난해 8월부터 일부 생산공정을 대상으로 휴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유급휴직은 규모가 훨씬 크고 의미가 남다르다. 휴직 대상이 주력 사업부문인 상선 인력 400여명이기 때문이다. 일감이 남아 있는 특수선 부문은 이번 휴업에선 빠졌지만 받아 놓은 일감이 떨어지면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회사는 "이번 휴업이 이미 예견됐던 일이고 생산직 근로자를 포함한 조합원들도예상했던 일"이라며 "올해 1천억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될 정도로 회사 형편이 나쁘지만 조합원들의 생계를 고려해 유급휴직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조선업계에서는 '조선업은 비가 와야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처럼 수주를 하지 못하면 회사가 버티기 어렵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

한진중공업은 2008년 9월 이후 단 한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올해 7월초 건조의향서를 체결했던 4천700TEU급 컨테이너선 4척에 대한 본 계약 체결도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선주들이 불안한 노사관계를 이유로 본 계약 체결을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사측은 설명했다.

정리해고를 둘러싼 노사갈등이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어 선사들이 한진중공업에 신규 선박 건조를 맡기길꺼리는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

사측 관계자는 "수주활동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데 10개월 이상 일부 정치권과 외부세력의 개입으로 영업활동을 전혀 못하고 있다"며 "이러다 정말 회사가 망하지 않겠느냐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고 털어놨다.

30여 곳 정도인 협력업체들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상당수 업체들이 휴업해 있고 한진중공업이 장기간 휴업하게 되면 협력업체들의 줄도산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한진중공업의 휴업이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중형 조선소들이 저가 수주를 하는 바람에 경영난에 빠져 상당수 조선소가 구조조정 중인 점도 악재다. 업계에서는 구조조정이 끝나야 적정 선가가 회복돼 조선소들이 정상적으로 회사를 꾸려나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조선업황이 부진한 상황이 이어질 경우 한진중공업의 대규모 휴업은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가 정리해고자 94명에 매달리다 보니 다른 임직원 1천400여명, 협력업체 직원과 가족들의 위기를 못보고 있다"며 "휴업을 이른 시일 내 끝내고회사를 되살리려면 노조는 파업을 접고 사측은 수주에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다"고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