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 대곡천변에 위치한 세계적 문화유산인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 보존 대책으로 유로변경안이 유력해졌다.

박맹우 울산시장은 20일 전국 새마을지도자대회 참석을 위해 울산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지역 현안을 건의받은 뒤 "암각화 보존을 위해 사로댐의 유로변경안이 바람직하다"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갈수록 수자원이 부족해지는 마당에 보강은 못할지라도 (수위 조절로) 댐 기능을 마비시켜서야 되겠느냐"며 이렇게 지시했다고 박 시장은 전했다.

울산시는 그동안 반구대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해 2003년 서울대 석조문화재 보존과학연구회의 연구용역결과를 바탕으로 차수벽 설치, 생태제방 설치, 터널형 유로변경안 등을 건의했으나 문화재청이 주변 환경 훼손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박 시장은 "유로변경안은 빠른 시간에 암각화의 침수를 방지할 수 있는데다 예산도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며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조만간 문화재청과 협의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울산대학교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는 동국대박물관 울산대박물관 울산시가 작성한 1972년 2000년 2008년 보고서 상의 반구대암각화 사진을 정밀 분석한 결과 암각화 발견 후 28년간보다 2000년 이후 훼손 속도가 배나 빨라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연구소는 암면 탈락 및 균열 확장부분이 1972년부터 2000년까지는 38곳이었으나 2000년부터 2008년까지는 18곳이나 추가된 것이 확인됐다고 진단했다. 연구소는 특히 300점에 가까운 물상 대부분이 암각된 주암면의 훼손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보아 전체적인 균열이나 탈락, 풍화 정도는 사진 상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식수문제로 세계적 문화유산이 사라지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하기 전에 보존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