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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갈맷길 2.0 <2> 접근성을 높여라

탐방로 걷다보면 "어? 이정표가 없네"… 전문가도 헷갈릴 지경

  • 박창희 기자 chpark@kookje.co.kr
  •  |   입력 : 2011-10-10 20:23:46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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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갈맷길의 안내체계가 부실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산의 대표적 갈맷길인 남구 오륙도 인근의 이기대 해안산책로에는 갈맷길 안내판을 찾기 어렵다.
- 이기대 해안산책로 갈림길, 이정표 없어 길 찾기 힘들어…갈맷길 알리는 표시 부족
- 부산시가 만든 코스별 지도…시·종점, 경유지만 대략 표시
- "더 상세한 도보 지도 제작을"
- 스마트폰용 앱 2종 출시, 거리·예상시간 등 정보 제공

"부산 갈맷길 좋은데, 길은 참 좋은데, 어떻게 찾아갈 방법이…."

"안내판이나 이정표 찾기가 몹시 힘들어요. 안내지도만으로는 찾아갈 수도 없고요."

부산의 걷기 좋은 길, 즉 갈맷길을 찾는 시민들의 볼멘 하소연들이다. 갈맷길이 조성되기 시작한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못 찾겠다 갈맷길'을 외치는 사람들이 많다. 부산시가 길만 조성해 놓고 이용자들의 편의, 즉 접근성에는 신경을 덜 쓴 탓이다.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

■이기대 해안길에서 헤매다

반면 서울 북한산 둘레길에는 거의 완벽한 안내체계가 갖춰져 있다. 사진=강영조 교수 제공
10일 오후, 부산의 대표적인 갈맷길로 이름 난 남구 이기대 해안산책로. 용호동 동생말에서 출발해 어울마당 쪽으로 걷는다. 기분이 살짝 들뜬다. 광안대교와 해운대, 그리고 이곳의 망망대해는 언제봐도 매력적이다. 해안길인지라 인공 덱과 다리가 많지만, 이 정도는 봐줄 수 있다. 30여분 걷자 어울마당이다. 여기까지는 초등학생도 길잃을 염려가 없다.

어울마당에서 농바위로 가다 군부대 근처에서 갈림길을 만난다. '어? 이정표가 없네. 어디로 가야 하지?' 마침 그곳을 지나던 한 주민이 "오른쪽 길로 가기 쉬운데, 왼쪽으로 가야 오륙도가 나온다"고 일러준다. 일부러 오른쪽 길로 올라갔더니 아스팔트 임도가 나왔다. 초행자라면 헷갈릴 수밖에 없다.

동생말~오륙도 해안길(4.6㎞)은 풍광이 좋아 누구에게라도 추천해주고 싶은 갈맷길이다. 남구청에서 설치해 놓은 안내판도 한 두 곳만 제외하면 대체로 무난하다. 인터넷 블로그 등을 보면 걷기꾼들의 만족도가 높다.

하지만 이곳에 갈맷길임을 알리는 이정표는 거의 없다. 부산시 관리자료를 보면, 이기대 길이 포함돼 있는 '광안리~이기대~자성대 길'(총 23.1㎞, 약 8시간 소요)에는 갈맷길 종합안내판이 3개, 이정표가 모두 10개 뿐이다. 더구나 이기대 길만 보면 종합안내판이 아예 없고 이정표만 2개 있다. 네모 난 막대 형태의 이정표는 색깔마저 칙칙해 찾아내기도 쉽지 않다.

부산 최고의 갈맷길 중 하나로 꼽히는 이기대 길이 이러니 다른 건 안 봐도 알만하다.

■21개 코스, 어떻게 가나?

2009년부터 지금까지 부산시가 개설한 갈맷길(일명 그린웨이)은 전체 184개소(총연장 863㎞)다. 여기에 들어간 사업비는 628억 원. 대부분 정부 일자리 창출사업인 희망근로사업으로 조성했다. 본지가 주도한 그린워킹 운동과 함께 걷기 바람이 불자, 부산시가 때를 놓칠새라 그린웨이 사업을 집중적으로 펼쳤다. 그후 시민 공모를 통해 '갈맷길'이란 이름이 정해졌고, 길 걷기 전문 조직인 (사)걷고싶은부산이 태동했다. 제주올레를 빼면 육지에서 가장 빠른 행보였다.

이를 토대로, 부산시는 지난해 유형별 갈맷길 21개 코스를 지정했다. 해안길 6곳(총길이 109㎞), 강변길 3곳(48.5㎞), 숲길 8곳(107㎞), 도심길 4곳(37㎞)으로, 총연장이 302㎞에 이른다. 각 코스별로 시 종점을 정하고 안내판과 이정표를 세웠고, 부산이 추천하는 '걷고 싶은 갈맷길 21선'이란 안내책자와 접이식 코스 안내도까지 발간했다. 여기까지는 누가봐도 잘한 일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부산시 그린환경지원계 송종홍 계장은 "그동안 각 코스의 시 종점에 갈맷길 종합안내판 34개를 세웠고, 약 2㎞마다 이정표 134개를 설치했다"면서 앞으로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들과 걷기꾼들은 이정표라도 더 많이 설치해달라고 호소한다. 도보카페 '인생길 따라 도보여행'의 카페지기 양승오 씨는 "현재의 갈맷길 안내체계는 전문 걷기꾼들도 헷갈리는 실정"이라며 관리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내지도 역시 부실하다. 부산시가 만든 갈맷길 지도에는 시점과 종점, 경유지만 대략 표시하고 있는데, 이것으론 길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사)걷고싶은부산 이성근 사무처장은 "길 지도는 최소 2만5000분의 1 정도가 돼야 하며, 가급적 프랑스 랑도네(일종의 국가 탐방로) 수준의 도보 지도가 만들어져야 불편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갈맷길의 통합 및 연계성 강화, 안내체계 개선 등을 위해 부산발전연구원은 현재 '갈맷길 조성 및 관리운영 실시계획' 용역을 진행 중이다.

부산시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갈맷길의 소프트웨어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어? 갈맷길 앱이 있었네

행정안전부가 제작, 보급하고 있는 부산 갈맷길 앱의 한 장면.
갈맷길 안내책자 및 지도가 부실한 상황에서 그나마 알뜰한 도우미가 되는 것이 갈맷길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앱은 행정안전부의 생활공감지도에서 제공하는 '부산 갈맷길'과 부산시에서 개발한 '갈맷길 투어' 두 가지가 나와 있다.

지난 4월부터 서비스가 시작된 생활공감지도의 '부산 갈맷길'에는 부산시 지정 21개 갈맷길 코스와 5개의 MTB코스가 탑재돼 있다. 각 코스별로 출발, 경유, 도착정보, 총거리, 예상시간 등의 정보가 제공되고 있다. 아이폰 및 아이패드 단말기를 통해 설치할 수 있고, 아이튠스를 이용해 PC설치도 가능하다.

부산시 관광진흥과가 개발한 '갈맷길 투어' 앱은 길 안내에다 관광정보를 추가했다. 이 앱을 개발한 (주)유비텍 박재완 부장은 "시에서 제공한 갈맷길 원천 자료를 토대로 하나 하나 답사를 하고 테스트를 거쳐 앱을 만들었다"면서 "갈맷길 코스가 완성형이 아니라서 계속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앱 보완에 앞서, 부산시의 갈맷길 원천 자료를 먼저 보완·정리하는 작업이 시급해 보인다.


# 혼란스러운 안내체계

- 갈맷길·해파랑길·해안산책로…같은 길, 다른 이름
- 부처·지자체 간 명칭 부딪혀…중첩된 안내표시 정리 시급

부산 오륙도 부근 이기대 해안산책로에 부착돼 있는 해파랑길 표찰.
부산 이기대 해안길은 현재 이름이 네 가지다. 부산시는 갈맷길이라 하고, 문화체육관광부는 해파랑길(부산 오륙도~강원도 고성 간 688㎞의 해안 탐방로)이라 부른다. 게다가 국토해양부는 해안누리길이란 이름으로 탐방로를 열고 있다. 반면 관할 부산 남구청은 '이기대 공원-해안산책로'로 쓴다. 하지만 이곳의 갈맷길은 아직 안내체계가 선명하지 않다.

행보는 문화부가 다소 빠르다. 문화부는 지난달부터 해파랑길의 시작점인 부산 오륙도 앞 해맞이공원에서부터 이기대 길 등 부산 구간에 해파랑길 안내 표식을 부착하고 있다. 표식은 거리 안내용 나무패널(가로×세로 20㎝), 지역길 안내용 표시패널(〃), 그리고 리본 등이다.

사단법인 '한국의 길과 문화'는 지난달 22~23일 부산에서 해파랑길 안내체계 워크숍을 갖고 1차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지역길 안내용 표시패널(가로×세로 20㎝)은 시점과 종점, 그리고 중간 약 1㎞마다 부착하되, 이기대 해안산책로(지역구)와 갈맷길(부산시)이 동시에 겹칠 경우, 두 가지 이름 중 하나만, 또는 각각 표기된 패널을 번갈아가며 붙일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앞으로 이곳에 종합안내판이 붙게 되면 국가·광역·기초단체의 길들이 충돌할 수 있고, 기초단체가 붙여놓은 기존 안내체계와 부딪히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에 대해 문화부 녹색관광과 천은선 사무관은 "길 명칭 부여 등 안내체계 구축을 위해 관련 자치단체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면서 "기본적으로는 국가탐방로를 우선으로 하고 지역의 길을 병기해 홍보하는 방식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갈맷길의 자체 안내체계 정리가 시급하다. 동아대 강영조 교수는 "탐방로 안내체계는 역이나 정류소의 접근로 유도부터 입구 안내판, 종합안내판, 노선표지판, 해설표지판, 주의표지판, 게시판 등 10여 가지가 있다"면서 "하나라도 빠지면 불편이 따르므로, 초등학생이라도 길을 찾을 수 있게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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