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영(오른쪽 세 번째 팔짱 낀 이)감독 등 영화인들이 지난 8일 오후 한진 중공업으로 향하다 영도 봉래교차로에서 경찰의 제지를 받고 있다. 김성효 기자

"내가 잠깐 편하자고 파업을 반대하면 나중에는 모두 힘들어지는 게 아닐까요."(변영주 감독)

지난 8일 오후 4시 정지영·권칠인·김경형·변영주 감독, 최진욱 영화산업노조 위원장 등 영화인과 대학 연극영화과 학생 등 모두 50여 명은 부산 해운대구 노보텔 호텔 앞에 모였다. 이들은 "김진숙 위원과 희망의 버스라는 어떤 영화보다 아름다운 이 연대 투쟁에 함께할 것"이라며 김 위원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한 후 버스 3대(25인승 2대, 45인승 1대)를 타고 한진중공업으로 향했다.

이들과 함께한 한 영화관계자는"바쁜 일정에도 우리가 한진중공업으로 가는 이유는 '영화인이 이웃이 고통 받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 때문이다"고 전했다. 영화 '부러진 화살' 상영을 하루 앞둔 정지영 감독은 "부산영화제가 열리는 동안 희망버스가 오면 영화제를 망친다고 하는데 김진숙 씨를 만나는 게 영화제의 격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5시40분께 이들을 태운 버스가 영도구 청학동 봉래 교차로에 도착하자 경찰 100여 명은 버스 3대를 막아 세웠다. 버스가 안 된다면 걸어서라도 가겠다고 했지만, 경찰은 그마저도 막았다. 경찰은 오후 7시가 넘자 정지영 감독과 권칠인 감독,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 등 3명만 85호 크레인 근처까지 걸어가서 전화 통화하는 것을 허락했다.

정 감독은 김 위원에게 "내일 영화제에서 제 영화를 상영하는데, 내려오셔서 제 영화를 봐 달라"는 바람을 전했다. 권칠인 감독은 "빨리 내려올 수 있는 환경이 돼서 땅 위에서 뵙고 싶다"고 말했다.

변영주 감독은 "김 위원이 투쟁하고 있는 오늘 아침 '어떻게 하면 관객한 명이라도 더 보게 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하는 속물 같은 고민을 했다"고 통화 내용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