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국회의원까지 대립각, 기본설계·예산확보 등 차질
서부산권 숙원사업인 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건설이 전 구간 지하화와 노선 변경을 요구하는 주민 반발에 부딪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정치권 이해관계까지 얽혀 '부산 남·북항대교 연결도로 지하화 갈등'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부산교통공사는 도시철도 2호선 사상역과 1호선 하단역을 경전철로 연결하기 위해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5일 밝혔다. 예산은 지난해 3월 국토해양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할 당시 4594억 원(6.96㎞)이었지만 기본계획(안)에서 5149억 원(6.90㎞)으로 증액됐다.
기본계획상 전체 구간에는 6개 역(지하 4개, 반지하 1개, 고가 1개)이 들어서며, 사상구 엄궁동 쪽 2.32㎞는 지상철로 건설된다. 교통공사는 2012년 기본·실시설계, 2013년 착공, 2016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지상 구간인 엄궁동 주민은 상권 침체와 조망권·소음·분진 피해, 슬럼화 우려를 주장하며 지하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지상철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지하화를 요구하는 1만2981명의 서명을 교통공사에 제출했다. 대책위 300여 명은 이날 교통공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전 구간을 지하화하라"며 항의하기도 했다.
사상구 학장동 주민 2000여 명도 "세원교차로를 경유하도록 노선을 변경하라"며 최근 교통공사에 의견서를 냈다. "4만여 명이 살고 있는 인구 밀집지역을 노선에서 제외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반면 사하구민은 "현재 기본계획대로 사업 진행에 속도를 내라"며 줄기차게 민원을 제기해 교통공사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특히 사상·사하구 국회의원들도 각각 지역구 주민 입장을 대변하며 첨예하게 대립해 사업이 내년 총선 때까지 중단될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교통공사는 지난 8월 주민공청회 이후 아직 국토부에 기본계획 승인 신청조차 못하고 있다. 올해 안에 기본계획을 승인 받지 못하면 기본·실시설계와 예산(국비 60%, 시비 40%) 배정도 불투명해진다. 교통공사는 또 엄궁동 쪽을 지하화하면 사업비가 2057억 원(예비타당성 대비 45%에 해당) 늘어, 자칫 서부산 숙원사업 자체가 상당기간 늦어지거나 무산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지침상 예비타당성 대비 사업비는 20% 이상 증액할 수 없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지상 구간은 4호선(30m)보다 도로 폭이 35m로 넓어 경관이나 교각 설치에 문제가 없다. 또 사상~하단선은 4호선의 절반인 '3량 1편성'이라 역사 규모도 작다"며 "주민 의견 수렴과 기술자문위원회를 거쳐 최선의 대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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