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부산 연제구 거제동 부산교육대 후문 입구의 자전거도로 안전펜스가 파손된 채 1주일 넘게 방치되고 있다. 안전에 위험을 느낀 한 시민이 파손된 펜스와 차로 신호봉을 테이프로 연결해 놓았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일부는 파손 안전펜스 방치도

부산시가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해 곳곳에 자전거 도로를 만들고 있지만, 보행공간을 축소해 만들거나 사후 관리가 미흡해 정책 홍보를 위한 '반짝 행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 수영구 삼익아파트와 광안리 해양레포츠센터를 잇는 해안 산책로에 자전거 도로가 생겨 보행자와 자전거가 뒤엉키고 있다. 김성효 기자

19일 오후 부산 연제구 거제동 부산교육대학교 후문 앞 자전거 전용도로. 사직운동장에서 온천천까지 2.6㎞ 거리의 이 도로는 기존 차선 폭을 줄여 자전거 전용차로를 만들었다. 도시철도역인 교대역 동래역과도 가까워 자전거 출퇴근 코스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차로와 자전거 도로를 분리하는 안전펜스를 놓고 상인들이 상가 물품 운반에 지장을 준다며 민원을 제기하자 일부 구간은 아예 펜스를 철거했다. 야간에는 차들이 자전거 도로에 버젓이 불법 주차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교대 후문 앞 자전거 도로의 경우 교통사고로 펜스 곳곳이 파손돼 있고 지반이 아래로 꺼졌지만 땜질식 조치만 이뤄졌을 뿐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 김모(37) 씨는 "자전거 정책이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우선시한다는 정책 아니었느냐"며 "안전펜스가 없으면 차량이 자전거 도로를 침범하게 돼 자전거가 다닐 공간은 더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수영구 남천동 호안도로 조깅 코스에 새로 생긴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도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수영구 남천동 49호 광장에서 수영교까지 길이 890m, 너비 3m의 해안일주 자전거 도로는 기존 인도(너비 3~12m) 위에 선만 그어 놓았다. 주민들은 자전거도로 폭이 좁고 인도와 자전거도로가 잘 구분이 되지 않아 사람이 많이 이용하는 저녁 시간대면 노약자와 어린이들이 충돌사고의 위험에 처하는 등 이용에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민 김모(50) 씨는 "원래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 출입이 금지돼 있던 인도에 자전거 도로를 만들면서 안전 대책은 뒷전"이라며 "말이 좋아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이지, 밤에는 선도 제대로 보이지 않고 보행자와 자전거 모두 이를 지키지 않아 부딪치기 십상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