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값 등록금 논의 제자리…휴학·대출 악순환에 절망

	대학생 정모 씨가 23일 학비를 벌기 위해 기장군 기장읍 해동용궁사 인근 식당에서 일하고 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23일 오후 부산 기장군 해동용궁사 인근 식당. 정모(여·23) 씨는 점심 손님을 한 차례 치르고 난 뒤 주방에서 그릇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는 오전 10시 출근해 오후 3시께 일을 마치면 일당 3만 원(시급 6000원)을 받는다. 북구 덕천동 집에서 한 시간 반가량 도시철도와 버스를 갈아타고 출퇴근 한다. 관광지 식당이라 휴가철이면 숨돌릴 새 없이 바쁘지만 편의점이나 커피숍보다 수입이 좋아 선택했다.

정 씨가 7월 말부터 1개월 간 일해서 번 돈은 약 50만 원. 교통비(하루 3000원)와 학자금 대출 이자, 책값 등 최소한의 비용을 빼고 현재 남은 돈은 20만 원이다. 다음 학기 등록금인 300만 원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돈이다. 입학 후 지금까지 받은 학자금 대출(6번) 금액이 2000만 원에 달하지만, 또 대출을 받아야 할 형편이다. 정 씨는 "마지막 학기까지 빚지는 게 싫어 등록금을 벌려고 했는데 방학 아르바이트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울먹였다.

반값 등록금 논의가 해법 없이 3개월째 겉돌면서 개강을 앞둔 대학생들이 여전히 시름에 잠겨 있다. 정 씨처럼 다음 학기 등록금을 벌려고 힘겨운 방학을 보냈지만, '고액 등록금'의 벽에 부딪혀 휴학과 대출을 고민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동의대에 다니는 장모(26) 씨는 방학이 되자마자 일용직 노동현장을 전전했다. 그나마 돈벌이가 괜찮은 공사현장은 일자리도 적은 데다 최근 비까지 많이 와 일감이 뚝 떨어졌다. 장 씨는 비 오는 날이면 공장에서 일하며 두 달 동안 200만 원을 벌었지만 식비와 교통비를 빼고 150만 원 정도를 손에 쥐었다. 장 씨는 "부모님 짐을 덜어 드리려고 끼니도 거르고 일했는데 결국 등록금은 마련하지 못하고 취업 공부도 못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 아르바이트 포털업체 알바몬이 최근 4년제 사립대 평균 등록금(776만10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 4915원의 시급을 주는 커피숍 '알바'를 할 경우 1579시간(66일)을 일하고 한 푼도 쓰지 않아야 겨우 한 학기 등록금을 벌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달여 방학기간 매일 24시간을 아르바이트에 매달려도 부족한 셈이다.

동아대 학생 이모(26) 씨는 방학 동안 공장에서 휴일도 없이 일해 250만 원을 모았다. 그러나 이 씨는 다음 학기 등록을 포기했다. 이 씨는 "휴일도 없이 닥치는 대로 일했다. 두 달여 방학기간 동안 등록금에 취업 준비자금까지 벌려니 벅차다"며 "다음 학기까지 아르바이트해서 내년에는 등록금 걱정 없이 공부만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