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대학생들이 지난 5월 부산대 앞에서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집회를 갖고 있다. 국제신문 DB

- 부산 실질 인하 1곳도 없어, 일부는 장학금 증액 생색

학생들은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방학 내내 힘을 다한 반면, 대학들은 정부 눈치만 보며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학생과 학부모의 분노는 점점 커져가고 있고, 2학기 개강을 앞두고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또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반값 등록금은 사기극"

최근 2학기 등록금 고지서를 받아든 학생과 학부모들의 탄식도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이 반값 등록금 논의를 꺼낸 지 석 달이 훨씬 지났는 데도 등록금 액수는 1학기 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부산지역 사립대 2학년생 아들을 둔 박모(50·부산 동래구) 씨는 "반값 등록금 요구로 전국이 떠들썩했고, 촛불시위로까지 번져 등록금이 단돈 몇만 원이라도 내릴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집으로 날아온 고지서에는 1학기 때와 똑같이 300만 원이 넘는 금액이 찍혀 있다"며 허탈해 했다.

사립대 2학년생 딸이 있는 최모(여·48) 씨는 "방학 때 어학연수는커녕 돈 벌겠다고 편의점에서 일하는 딸을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 남들보다 공부할 시간도 적어 취업에도 불리할 게 뻔하다"며 "돈 없으면 공부도 못하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하소연했다.

화가 난 학생과 학부모들은 다시금 반값 등록금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21C부산경남대학생연합(부경대련)은 오는 30일 선포식을 열고, 현수막 퍼레이드 등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특히 다음 달 29일에는 부산진구 서면에서 '거리수업'을 여는 등 다른 지역 대학생들과 공동행동을 펼칠 계획이다.

참교육학부모회 등 일부 학부모 단체도 2학기 등록금 납부 연기 운동에 돌입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23일 개학을 앞두고 논평을 통해 "2학기 대학 등록금이 단 한 푼도 내리지 않았다"며 "(정부의 등록금 정책은)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질타했다.

■팔짱만 끼고 있는 대학

대학들은 자체 등록금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부산지역 13개 대학 가운데 2학기 등록금을 내린 곳은 동명대 한 곳뿐이다. 이마저도 지난해 1학기 등록금 인상률 4.2%를 이번에 2.8%로 낮춘 것에 불과해 온전한 인하 조치로 볼 수 없다.

대학들은 "올해 1년치 예산을 미리 결정한 상태에서 등록금 총액을 정한 것이어서, 2학기 등록금 인하가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부 대학은 장학금 규모를 늘리거나 입학금 일부를 돌려주는 등의 대책을 시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체감하는 등록금 인하와는 거리가 멀다.

감사원 역시 등록금 상승을 유발하는 요인을 예비감사에서 적발하고도 2학기 등록금 인하를 위한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대학들은 "불을 지핀 정치권이 먼저 반값 등록금 해법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산지역의 한 사립대 기획예산팀 관계자는 "당장 등록금을 인하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입학금 반환이나 장학금 확충 등의 대안을 찾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이나 지침이 나와야지, 학교가 자체적으로 반값 등록금 대책을 논의하거나 내놓을 여력은 없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대학별 등록금 현황 대학 2011년 평균등록금 경성대 688만 2000 원 고신대 721만 9000 원 동명대 726만 6000 원 동서대 708만 4000 원 동아대 692만 9000 원 동의대 688만 2000 원 부경대 426만 2000 원 부산가톨릭대 715만 6000 원 부산교대 302만 4000 원 부산대 446만 9000 원 부산외대 629만 8000 원 신라대 695만 5000 원 한국해양대 　  405 만  원 ※'대학알리미' 2011년 공시 정보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