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은 올해 궂은 날씨에도 피서객 수가 지난해보다 10% 가량 늘어나 전국 최대의 휴양지임을 입증했다. 사진은 피서객들로 발디딜틈없이 가득 찬 해운해수욕장 모습. 국제신문DB

- 지난달~21일 1089만명 방문, 지난해 동기보다 10% 늘어
- 조기 개장 6월 116만명 몰려 '사계절 관광지' 가능성 보여
- 전자 화폐 시스템 홍보 부족, 매출 비중 20~25% 그치다 뒤늦게 활성화나서 60%로
- 쓰레기·욕장 내 판매는 여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은 올여름에도 수많은 피서객이 몰리면서 '전국 최고의 해수욕장'이라는 명성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올해 처음 도입한 '스마트비치' 시스템이 시행 초기 혼선을 겪으면서 제대로 자리잡기까지 꽤 오랜시간이 걸렸으며, 해마다 반복되는 쓰레기 문제 등은 올해도 여전했다. 모래축제의 성공으로 올해부터 시행된 조기개장이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둔 것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날씨 악재에도 피서객은 증가

	피서객들이 현금 대신 전자화폐로 피서용품을 빌리는 '스마트비치' 매표소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국제신문DB

21일 해운대구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날까지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 수는 1089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986만8000명)보다 10%가량 증가한 것이다.

최성수기로 꼽히는 7월말과 8월초 서울 등 중부지방에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수해가 발생해 수도권 지역 피서객들의 발길이 뜸했고, 성수기 주말과 휴일 부산지역에도 줄곧 궂은 날씨가 나타난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인파가 몰린 것이다.

더욱이 해운대해수욕장은 올해부터 예년보다 한달 이른 6월 1일에 개장했는데 6월 피서객 수만 116만5000명에 달한다. 이처럼 조기개장이 성공을 거둔 가장 큰 이유는 '현충일 연휴' 기간 해운대해수욕장 일원에서 열린 모래축제가 '대박'을 기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조기개장의 성공으로 '사계절 휴양지'로서의 성공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스마트비치, 절반의 성공

해수욕장에 있는 파라솔과 비치베드 등 피서용품을 대여하거나 탈의실 및 샤워장 등을 이용할 때 내는 요금을 현금 대신 전자화폐(QR코드)로 지불하는 시스템인 '스마트비치'는 시행 초기 혼선을 빚었다. 지난달 10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 스마트비치는 초기 각종 운영단체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25% 수준에 그쳤다. 전국에서 처음 도입된 생소한 시스템을 피서객들이 잘 몰랐고, 종합매표소나 무인발권기에서 QR코드를 발급받아 손목에 차는 것이 귀찮다는 이유로 현금 사용을 고집하는 피서객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운대구는 무인발권기와 이동판매소를 확충하는 한편 곳곳에 안내 도우미를 배치하는 등 스마트비치 활성화에 나섰다. 그 결과 스마트비치 활용도가 조금씩 높아졌고, 지금까지 스마트비치를 통한 매출은 6억8000여만 원으로, 전체 해수욕장 매출의 60% 수준까지 올랐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스마트비치 시스템이 활성화되면 피서용품 대여업체 운영의 투명성이 확보돼 바가지요금 근절에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 "올해 미흡했던 점을 보완해 내년부터는 피서객들이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짝퉁 통닭' 줄었으나 쓰레기 여전

지난달 1일부터 이날까지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수거된 일반쓰레기는 130t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127t)과 비교하면 거의 차이가 없는 셈이다. 재활용이 가능한 유리병이나 고철, 페트병 등의 수거량은 17.1t으로, 지난해 같은기간(16.2t)보다 오히려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 기승을 부렸던 '짝퉁통닭'은 올해 자취를 감췄다. 영업신고를 하지 않은채 차량 등을 이용해 통닭을 만들어 유명 치킨 브랜드의 유사상표를 부착, 판매하는 '짝퉁 통닭'은 지난해 해운대해수욕장에서만 무려 120㎏이 적발돼 압류 폐기됐다. 하지만 지난해 대대적인 단속으로 올해 짝퉁 통닭은 단 한 건도 적발되지 않았다. 다만 물품의 판매가 엄격히 금지된 해수욕장 내에서 피서객들을 상대로 통닭은 판매하다 적발된 사례는 100여 건에 달했다.


# 손춘익 해수욕장 운영팀장

- "외국인·젊은 층 방문 크게 늘어"
- "스마트비치·워터스크린 등 세계적 해수욕장 계기 마련"

"올해도 별다른 사고 없이 한여름을 보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해운대관광시설사업소 손춘익(49·사진) 해수욕장 운영팀장은 해마다 피서객을 위협하는 이안류나 독성 해파리 등이 올해에는 자취를 감춰 피서객들이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 크게 안심하는 모습이었다.

2000년부터 해운대해수욕장 업무를 맡고 있는 손 팀장은 올해 해수욕장은 획기적인 전환을 맞았다고 자평했다. 그는 "올해 처음 도입한 스마트비치 시스템은 초기 논란이 많았지만 피서용품 대여업체 운영의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면서 "앞으로 다른 해수욕장에도 확대 보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 팀장은 또 국내 바다에서 한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워터스크린' 등을 도입하면서 해운대가 국내를 넘어 세계 최고의 '명품 해수욕장'으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손 팀장은 10년 전에 비해 해수욕장에서 가장 많이 바뀐 것은 젊은 층과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는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피서객 대부분이 가족 단위였고, 외국인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면서 "최근에는 젊은층 피서객이 전체의 90% 이상에 달하고 외국인의 수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10년 넘도록 여름철 가족들과 함께 피서를 한 번도 다녀오지 못했다는 손 팀장은 벌써부터 내년 해수욕장 운영 계획을 머릿속에 그리느라 바쁜 모습이다.


# 올해도 '눈대중' … 피서객 수 논란 계속

- 안전 등 이유 계수기 설치 취소
- 스마트비치는 정확도 떨어져

지난 6월 1일 개장한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은 21일까지 1200만 명에 달하는 피서객이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해수욕장 가운데 단연 최대 인파다. 그러나 해마다 계속됐던 피서객 산정 논란은 올해도 계속됐다.

피서객 산정 논란이 계속되면서 부산시와 해운대구는 지난해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해운대해수욕장 주요 9개 통로에 자동집계 계수기를 설치해 정확한 피서객 집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에도 집계 계수기는 도입되지 않았고, 예년의 '주먹구구식' 산정방식은 되풀이됐다.

해운대구는 올해 해수욕장 개장에 앞서 전문 계수기 설치 업체와 정밀조사를 벌였는데 기계가 설치돼야 할 구간은 9곳이 아닌 20곳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고, 당초 예상보다 서너 배 많은 예산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다 하루 최고 100만 명의 인파가 몰리는 해운대해수욕장에 계수기를 설치할 경우 피서객들의 안전성도 담보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산시와 해운대구는 계수기 도입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해운대구는 대신 올해 처음 도입한 스마트비치 시스템을 활용해 피서객 수를 보다 정확하게 집계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이 역시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 스마트비치를 통해 대여된 피서용품의 수를 반영해 피서객 수를 측정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중복 대여와 대여하지 않는 피서객도 많아 정확한 집계가 사실상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