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자정께 춘천 신북읍 천전리 소양강댐 인근에서 발생한 산사태가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운데 유가족들은 이날 오후 강원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에 모여 가족을 잃은 슬픔과 탄식을 쏟아냈다.

인근 초등학교에 봉사활동을 하러 왔다가 변을 당한 인하대학교 발명동아리 소속 고 이민성(24) 씨는 이날 새벽 3시께 가장 먼저 발견됐다. 친척들의 부축을 받으며 장례식장을 찾은 이 씨의 어머니 김미숙(50·경기 부평) 씨는 영안실에 안치된 아들의 시신을 보고 "우리 아들, 이러려고 여기까지 왔어"라며 오열했다. 평소 아이들을 좋아하는 이민성 씨는 벌써 3년째 동아리 친구들과 농촌 아이들에게 과학을 가르치는 여름방학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봉사활동 그만 가고 취업 준비를 하라"는 아버지의 농담 어린 핀잔에 "올해 초부터 약속한 거라 아이들을 보러 꼭 가야한다"고 말한 아들이었다. 어머니 김 씨는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나라도 보내지 말 걸 그랬다"며 탄식했다. 

넋이 나간 어머니의 손을 꼭 잡은 고 김재현(25·인하대) 씨의 동생 소연(여·24·경북 경주) 씨는 "새벽 3시쯤 뉴스를 본 오빠 친구가 전화를 해와 소식을 알았다"며 "119에 전화를 해본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아침 일찍 어머니를 모시고 왔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당일 오후 한자리에 모인 유족들은 같은 종류의 슬픔과 분노를 나누고 있었다.

유족들은 "올해 신축한 두 건물 뒷산에서만 산사태가 발생했다"며 "형질변경이나 부실공사, 용도변경에 의해 사고가 발생한 것은 아닌지 시 당국이 관련 의혹을 명확히 해소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