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사 학부모 수험생 등 "정당성 결여…납득 어려워"

고려대학교가 2009년 수시 입시에서 수험생들의 원 내신등급을 보정한 것은 교육과학기술부가 금지한 고교별 학력 차를 반영한 것이 아니라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은 고려대가 '고교 등급제'를 적용했다는 1심을 뒤집는 것이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제2민사부(재판장 허부열 부장판사)는 13일 2009학년도 고려대 수시 2-2 일반전형에 응시했다가 떨어진 전국의 수험생 24명의 학부모가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번 소송은 고려대가 지원자의 교과 영역 원 내신등급을 고교별 학력 차이를 반영해 보정하는 '고교 등급제'를 적용했는지와 비교과 영역의 평가항목과 평가방법·배점 등을 미리 공개하지 않은 것이 대학의 입학전형 재량권 범위를 벗어났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고려대 내신등급 보정은 같은 고교 내에서 같은 교과영역 내 지원자가 이수한 이수자 수, 시험문제의 난이도 및 변별력의 차이 등을 모두 반영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고려해 이뤄진 조치로, 고교별 학력 차이를 점수로 반영해 원 석차등급을 보정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내신등급을 2차 보정하는 과정에서 내신등급 2등급 미만 지원자의 내신등급 조정이 상대적으로 많이 이뤄지기는 하지만 이는 일류고 출신 지원자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지원자들에게 적용되는 것으로 이를 두고 대학의 자의적 점수변형이나 합리적 산정기준을 위해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해 9월 "고려대가 일류고 출신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해 고교별 학력 차이를 반영한 점이 인정되며 이는 시험이나 입학전형의 목적 등에 비춰볼 때 현저하게 불합리해 재량권 일탈 내지 남용한 경우에 해당돼 위법하다"며 수험생 24명에게 700만 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린 바 있다.

법원의 이번 판결에 대해 교사 학부모 수험생 등은 반발하고 있다. 부산지역의 한 진학 담당 교사는 "당시 고려대가 고3 담당 교사도 계산해낼 수 없는 이상한 상수를 적용해 점수를 보정했는데 2심 법원이 이런 상수의 합리성과 정당성을 제대로 검증했는지 묻고 싶다"며 "특목고 출신자를 우대하는 대학에 법원이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소송을 주도했던 원고 측 박종훈 경남교육포럼 대표는 "국민적 여망을 무시한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상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