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는 '투쟁 중', 조남호는 '해고 중', 김 지도(위원)는 '농성 중', 모두 모여 '한진중'~." 지난 9일 오후 8시께 희망버스가 속속 도착한 부산역. 한쪽에서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늘픔약사회원 10여 명이 음악에 맞춰 안무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들 약사는 이미 가수 UV의 노래 '이태원 프리덤'을 개사한 '한진중 프리덤'을 인터넷에서 유행시켰다.

장보현(28) 늘픔약사회 대표는 "희망버스 현장 공연을 뮤직비디오로 만들어 일반인도 노동문제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릴 것"이라고 했다.

물론 강성 노조원도, 정치인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희망버스 승객'은 스스로 참가비를 내고 자발적으로 모인 1만여 명(경찰 집계 7000여 명)의 평범한 시민이었다. 이들은 정치적 목적이 아니고, 미국산 쇠고기, 반값 등록금 등 생활과 직결된 대형 이슈가 아닌 한 조선소의 정리해고를 반대하며 부산을 찾았다.

무엇이 전국의 시민을 불러 모았을까. 이들은 먼 나라 얘기로 여겼던 정리해고 등 노동문제를 이제 나와 내 가족의 문제, 인권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나와 내 가족의 문제라는 인식에서 그치지 않고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하나로 뭉쳐 이를 바로잡아야겠다는 강한 연대의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매개로 전국에 들불처럼 번진 결과로 풀이된다.

강미숙(여·46·경기 부천시) 씨는 휠체어에 불편한 몸을 의지하며 비 오는 영도대교를 건넜다. 강 씨는 "예전엔 나도 노동자였다. 김진숙 씨가 홀로 싸우는 게 안타깝고 답답해 부산행을 택했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출판인들의 모임' 회원 50여 명도 희망버스에 올랐다. 출판인들은 변정수 출판평론가가 이달 초 한 매체에 기고한 '출판인들이여 희망버스에 함께 타자'라는 글에 뜻을 같이했다. 대학생 배상진(22·청주교대) 씨는 전날 '대학생다함께' 소속 학생 20여 명과 유성기업 파업 현장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부산에 도착했다.

트위터 등 SNS도 새로운 노동·집회문화 탄생에 불을 지폈다. 트위터를 통해 희망버스를 탄 사진작가 박민혁(32) 씨는 대학친구 김현호(32) 씨 등 4명을 우연히 행사장에서 만났다. 부산에 사는 김 씨 등도 각각 트위터로 희망버스를 접한 후 참가했다. 이렇게 만난 5명은 맥주 캔을 부딪치며 '깜짝 동문회'를 벌였다. 

참가자 유형 역시 다양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도 동참했다. 공권력의 인권침해 조사와 경찰 연행자들의 인권상담을 위해서였다.

희망버스는 세계적 석학도 놀라게 했다. 노엄 촘스키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이날 미국계 한국인인 사이먼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내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경찰이 최루액을 뿌리는 등 진압했는데도 1만여 명이 모인 것은 경이로운 일"이라며 "대한민국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당신들의 용기 있고 명예로운 행동에 지지의 뜻을 표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