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주일간 유럽 출장을 다녀온 직장인 조모(44) 씨는 출장기간 내내 한국에서 걸려온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중요한 전화일 것이라고 생각해서 받은 전화는 광고성 전화이기 일쑤였고, 한국과의 시차 때문에 계속해서 울려대는 전화에 잠을 설쳐야만 했다. 해외 로밍 중에는 수신할 때에도 상당한 통화료가 부과되기 때문에 조 씨는 벌써부터 이번달 통화요금이 걱정이다.

해외여행이나 출장 때 휴대전화 로밍 안내방송을 신청하지 않아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스마트폰 등이 대세를 이루는 최근에는 별도의 절차 없이 자동으로 로밍이 되면서 번거로움을 덜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로밍 안내방송 서비스를 별도로 신청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고객의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로밍 안내방송 서비스를 기본적으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신자가 해외에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전화를 건 사람들은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치게 되는 일이 다반사다. 국내에서 해외에 있는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도 발신자는 국내요금만 내면 되지만 수신자는 국제전화 기준의 요금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 씨처럼 유럽 출장 때 한국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을 경우 분당 600원가량의 통화료가 부과된다. 또 요금산정이 분당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1초만 통화해도 1분 기준의 통화료가 발생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자신이 해외에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지 않은 고객들도 많아 고객의 편의성 보다는 사생활 보호가 우선이어서 로밍 안내방송 서비스를 기본적으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면서 "원치 않는 전화를 안 받고 싶다면 반드시 로밍센터나 고객센터를 통해 서비스를 신청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