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재설비 총체적 부실 드러나
- 대규모 인명피해 발생 위험
국내 최장 터널인 KTX(경부고속철도) 금정터널(20.3㎞)이 소방안전·방재체계에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어 화재 발생 때 거의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올 들어 금정터널에서 KTX 열차가 멈춰 서는 사고가 3차례 발생한 점을 감안하면 터널 방재시스템에 대한 당국의 획기적인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부산시의회 재난방재대책 소위원회(방재소위)는 지난 5월 출범 이후 금정터널의 방재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30일 밝혔다. 방재소위 시의원과 부산시 건설방재관 및 공무원 등 18명은 1일 0시~새벽 3시 금정터널에서 이에 대한 현장 점검·확인 작업을 벌였다.
조사에 따르면 금정터널에는 화재 때 연기를 없애거나 밖으로 빼내는 제연·배연설비가 갖춰져 있지 않다. 또 불을 끄기 위한 연결송수관이 있지만 송수관에 물이 차 있지 않고 비어 있는 상태다. "화재 발생 이후 송수관에 물을 채우는 데 20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고 시의회 관계자는 지적했다.
특히 터널 안에서 지상으로 나올 수 있는 대피통로는 수직구 4곳과 사갱(경사터널) 2곳 등 6곳에 불과하다. 3.3㎞당 1곳인 셈이다. 게다가 수직구 4개소 중 2곳에는 비상용 승강기가 없는 실정이다. 터널 내 상·하행선 2곳에 구난대피소가 있으나 대피인원을 위한 응급의약품과 산소호흡기 세트, 방호·방진마스크 등의 구비가 미비해 2차사고 우려가 있다. 또 KTX 열차의 정원은 930여 명인데 반해 이들 대피소의 수용인원은 최대 800명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밖에 ▷터널 내 소방전용 무선통신보조설비 미설치 ▷승강기 비상전원 미확보 ▷열차운전사령실과 119종합상황실 간 긴급통신망 미구축 ▷구난대피소 위치 식별 어려움 ▷소방차량 진입 불가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금정터널의 이런 문제점은 터널을 처음 만들 때 화재 발생 등 유사시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 철도(궤도차량용) 터널은 소방법상 특정소방대상물에 포함돼 있지 않아 터널 내 안전시설 설치 강제규정이 미흡한 실정이다. 터널의 소방·방재시설 점검 또한 철도공단이 자체 시행하도록 돼 있다.
방재소위 관계자는 "지금 상태로 금정터널에 화재가 날 경우 큰 인명피해가 우려된다"며 "이번 점검 결과를 한국철도공사 등에 전달해 방재시설 개선·확충과 관계법령 개정을 적극 요구하겠다"고 말했다.